‘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취직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사회 초년생이 전쟁터 같은 사회 생활에서 살아 남기 위한 극한 분투를 그린 공감 코미디다. 정재영이 극중 막말은 물론 1분에 한 번씩 소리지르는 하재관 부장 역을 맡았으며 박보영이 이제 갓 연예부 기자가 된 도라희를 연기했다.
‘국민여동생’ 타이틀을 가진 박보영은 이번에 처음으로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입만 열면 하재관 부장의 혈압을 올리는 그지만,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밥도 못먹고 일했으나 돌아오는 건 잔소리, 공들여 기사를 썼지만 퇴짜 맞기 여러 번,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으나, 본인 의사에 관계없이 회사에 손해가 간다면 어김없이 기사는 킬, 도라희가 이런 에피소드를 겪는 모습은, 신입사원들은 공감을, 경력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과거의 나를 떠올려 대입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정재영은 ‘쌈마이’지만, 자기 식구들 밥그릇은 챙긴다는 소신 있는 하재관의 역에 제대로 녹아들었다.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믿고 보는’ 충무로 대표 배우인 그는, 하재관을 통해 어디에나 꼭 있는 ‘만인의 상사’ 하재관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스포츠 동명’ 안에는 하재관 부장과 도라희 신입 기자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인간 군상들이 있다. 부장의 압박과 치고 올라는 후배 밑에서 힘겨워 하는 한선우, 누구보다 평사원의 입장을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입장에서 일을 진행해야 하는 상사의 등장은 리얼한 오피스 라이프를 풍성하게 만든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단순히 신입사원의 고충을 토로하는 영화가 아니다. 힘겨운 고군분투기를 통해 성숙해지는 도라희의 성장담을 코믹하게 담았다. 표면적으로 도라희의 성장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져있지만 하재관 부장도 도라희의 태도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맞는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가장 큰 강점은 하재관과 도라희, 한선우, 우지한 등 어느 캐릭터든간에 공감과 설득의 요소들이 녹아있어 웃음과 위로의 크기를 한 뼘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의 끝자락에서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추천한다. 오는 25일 개봉. 러닝타임은 106분.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