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소장에 따르면 사건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A(68·여)씨는 1995년 친구의 소개로 B(67·여)씨를 알게 됐다. 당시에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열풍이 대단했는데, B씨는 ‘모래시계 배우 이정재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 B씨가 1997년 “빚을 갚아야 해 급전이 필요하다”며 자산가였던 A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일이 시작됐다.
그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으면 갚을 수 있다’, ‘아들의 CF와 영화 출연료로 갚을 수 있다’는 말로 A씨를 설득했다.
A씨는 유명 연예인인 이정재를 믿고 B씨에게 2000년 초까지 네 차례 총 1억 9천370만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원금은 커녕 이자도 받지 못한 A씨는 2000년 8월 이자를 합해 2억 490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한 뒤였다.
이때 ‘정말’ 이정재가 나섰다. 이정재는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연락하고는 6천만원을 갚았다.
그래도 A씨는 미국까지 쫓아가 B씨로부터 “정재가 지불한 나머지는 내가 갚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행각서를 받아냈다.
하지만 또다시 감감무소식이었다. 참다못한 A씨는 2005년 4월 B씨를 사기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수사 기관이 움직이자 이정재도 다시 나타났다.
이정재는 검찰에 어머니와 함께 출석해 A씨에게 “어머니 대신 남은 빚을 갚겠으니 어머니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6천만원을 대신 변제받은 일을 떠올리고 “사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며 진술을 번복해 B씨는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B씨는 이 일이 있고 나서 빚의 일부인 100만원을 송금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이정재도 연락이 없었다.
결국 A씨는 올해 4월 이정재와 어머니 B씨를 상대로 한 대여금 지급명령 신청을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자 이정재 측이 이의를 제기해 소송으로 비화했고, 서울중앙지법 제208민사단독 심리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정재 측은 “2000년 6천만원을 갚고 이후에도 수차례 돈을 갚았다”며 “2000년 돈을 갚을 때 영수증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써서 채무 관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B씨는 6천100만원만 갚았다”며 “비록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을 썼지만 그 이후에도 이정재는 빚을 갚아주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채무인수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정재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재판이진행 중이므로 공식 입장은 재판 결과가 나오고 나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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