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꿀 같은 재미?” 느낌 안 사네…‘마리텔’ 댓글 순화하니 썰렁~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꿀잼’, ‘노잼’ ‘핵노잼’이 사라진다. ‘핳핳핳’은 외계어이며, ‘ㅋㅋㅋ’를 쓸 땐 반드시 모음을 넣어줘야 한다. ‘ㅠㅠ’ 역시 쓸 수 없다.

생생한 인터넷 채팅용어들이 TV 안에서 자막으로 다시 태어났으나, 어문규정으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주고받았을 통신언어와 줄임말, 조어들은 사용할 수 없다.

플랫폼 간의 경계를 허물며 등장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 1인방송과 tv 플랫폼을 연계한 새로운 포맷으로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생방송이 먼저 나간 뒤 TV로 전파를 타는 ‘재탕’ 방송은 제작진이 매회 선보이는 B급 편집기술과 재치있는 자막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엔 채팅창을 통해 인터넷 방송에 반응하는 네티즌들의 대화글이 자막으로 입혀져 등장했다. 재기발랄한, 누군가가 보기엔 한글 파괴인 대화가 TV 안에 등장한 재미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제동이 걸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통해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1조(방송언어) 제1항 및 제3항 위반으로 ‘권고’조치를 내렸다.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사실 너무 많다. 맞춤법에 어긋난 언어, 인터넷 용어 등의 속어와 저속한 조어가 자막을 통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오셰득 셰프 출연분에서 지적된 부분은 무려 13군데나 됐다. ▲‘으헝 소리 쥬금ㅠ’, ‘전분처럼 끈적한 드립의 향연’, ‘내가 해도 마이썽’, ‘부장님 허풍 작렬’, ‘강제취침잼’, ‘불꽃 귀방맹이’(8.29.),▲ ‘그럼 아줌마(?) 모셔 오등가’, ‘다 마싯지(?) 들어간 거예요!’(9.12.), ▲‘하악 누가’, ‘하악 누가돼 핳핳(‘하‘에 ‘ㅎ’ 받침)’, ‘흐하하핳핳핳핳(‘하‘에 ‘ㅎ’ 받침)’,‘웃기죠? 핳핳핳(‘하‘에 ‘ㅎ’ 받침)‘,‘아내의 깊은 빡침.JPG’(9.19.) 등의 자막이다.

또한 김구라가 김흥국, 김새롬 등의 게스트들과 맥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예능 치트키 쓰네ㅋ’, ‘흥궈신등판!!’, ‘흥켈메 첫 드리블 성공’, ‘그럼 빨리 부르어요(?)’, ‘늘 새롬네’, ‘겨터 파크 임시개장’, ‘막 드립의 대가’, ‘아 쥔짜 취사해…(?)’(8.29.), ▲‘맥주는 쌩(?)이거든요!!’, ‘흥궈신 드립 생각 중’, ‘예쁘게 기퍼여(?)’, ‘슨생님(?) 제가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슨생님(?) 제가 많이 마실른게(?) 아니라’(9.12.) 등의 자막이 문제가 됐다.

그밖에도 ▲‘어허핰핰핰(‘하’에 ‘ㅋ’ 받침)’, ‘초면에 돌직구’, ‘은근 케미 돋네’, ‘떵그라뮈러’, ‘엑스페리멘탈 블링블링 아방가르드 룩 완성’(8.29.), ▲‘심쿵’(8.29.), ▲‘우와 형 멋있쪄요’(9.12.), ▲‘예능 치트키 시동 건다’ ▲‘노잼인데 나갈 수가 없다’, ‘꿀노잼 힐링 방송’(9.19.) 등의 자막도 일일이 지적대상이 됐다.

방송심의규정 제 51조는 제51조는 제1항 및 제3항에는‘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욕설 등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돼있다.

권고조치가 내려진 것은 19일이었으나, 이미 ‘마리텔’은 언어순화를 시작했다. ‘ㅋㅋㅋ’는 ‘크크크’로, ‘꿀잼’은 ‘꿀 같은 재미’로 등장했다. 역시나 느낌이 살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간 방송작가들은 ‘너무 좋아’라고 말하는 예능인들의 얼굴 아래로, ‘정말 좋아’, ‘많이 좋아’를 써왔다. ‘너무’는 부정적인 서술어하고만 사용할 수 있었던 부사였다. 마침내 지난 6월 22일 국립국어원이 ‘너무’의 의미를 수정하며 긍정적인 서술어 앞에서도 ‘너무’를 쓸 수 있게 됐다.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작가는 “어문규정에는 맞지 않아 자막을 쓸 때 출연자들이 했던 이야기를 일부러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의 상황과 달리 해당 자막 때문에 방송이 도리어 재미를 잃어버리고 이질적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며 “자막이 예능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만큼 그것으로 인한 재미가 적지 않은데, 제약이 많아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마리텔’ 역시 마찬가지의 사례가 됐다. 태생이 인터넷인데 인터넷 용어만의 ‘묘미’가 사라지자, 안타깝게도 ‘마리텔’은 따귀 빼고 기름 뺀 프로그램이 되버렸다.

she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