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혹 떼려다 혹붙인’ 대종상…잇단 惡手에 권위도, 신뢰도 잃었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대종상영화제가 행사 당일까지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둘러싼 논란에 입을 닫고 있다. 여기에 남녀주연상 후보들 대다수가 촬영 일정 등을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사가 파행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손현주(‘악의 연대기’), 유아인(‘베테랑’, ‘사도’), 하정우(‘암살’), 황정민(‘국제시장’)이 이름을 올렸다.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김윤진(‘국제시장’), 김혜수(‘차이나타운’), 엄정화(‘미쓰와이프’), 전지현(‘암살’), 한효주(‘뷰티인사이드’)가 올라있다. 


남녀주연상 후보 대다수는 촬영 일정 및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이날 행사에 불참할 전망이다. 황정민은 뮤지컬, 유아인은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김혜수는 tvN 드라마 ‘시그널’ 촬영 일정으로, 하정우와 김윤진은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 손현주, 엄정화, 한효주도 각자 일정 때문에 대종상 측에 불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7개월 차인 전지현 역시 대종상은 물론, 26일로 예정된 청룡상 역시 참석이 어렵다.

이로써 남녀주연상 후보 대다수가 레드카펫에 오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특히 황정민의 경우 대종상 측이 보도자료를 배포해가며 참석 사실을 공지했지만, 황정민 측은 참석 여부와 관련해 확답을 한 바 없는데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공지 돼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감독상 후보들까지 상당수가 참석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종상 측은 적잖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앞서 대종상 측은 지난 달 14일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과 간담회에서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에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후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듯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으나, 결국 행사 당일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강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여기에 인기투표를 유료로 진행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갖가지 잡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대종상은 결국 행사 당일까지 진통을 겪게 됐다. 영화제의 꽃인 남녀주연상 후보들은 물론, 감독상 후보들까지 자리를 비우면서 껍데기 뿐인 시상식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주요상 후보들은 대종상 측의 공지가 늦었다는 점 등을 불참 이유로 들었지만, 대중들의 눈에는 대종상을 보이콧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이로써 대종상은 스스로 권위를 세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오히려 권위를 추락시키는 아이러니를 빚게 됐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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