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한미은행,이례적인 공개 통합제안 왜?

BBCN은행한인은행들끼리 인수합병(M&A)이라는 빅딜 카드를 놓고 ‘수건 돌리기’같은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어 우려된다.

나스닥 상장 3대 한인은행인 BBCN뱅크와 윌셔은행, 한미은행 간에 이뤄지고 있는 외형 경쟁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일반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통합제안을 공공연하게 내놓는 바람에 주식을 공개한 퍼블릭기업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판이다.

한미은행의 지주사 한미파이낸셜(이사장 노광길)이 23일 BBCN뱅크에 주식병합 방식의 통합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기업간 거래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한미측은 제안서를 보냈다는 내용과 함께 제안서의 전문(full text)과 통합은행의 효과를 담은 사업계획서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특히 한미측이 지난 20일자로 BBCN측에 노광길 이사장 명의로 발송한 통합 제안 서신에 따르면 “최근 BBCN과 윌셔은행 간의 합병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헤럴드경제의 보도(11월 19일자)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라며 “우리가 이번에 제시한 통합 조건은 윌셔은행에 비해 훨씬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아예 대놓고 경쟁관계인 윌셔은행과 BBCN의 통합추진을 견제하고 있다.

한인은행권과 투자시장에서는 한미측이 BBCN에 통합조건을 공개제안한 데 대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한편 그 배경을 헤아리고 있다.

한 금융인은 “비상장 프라이빗 기업도 그렇지만 상장기업 간에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합병제안 같은 중요한 비즈니스거래 내용을 제안단계에서 공개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특히 한인은행들은 이사들끼리 공적, 사적으로 잘 아는 관계인 만큼 합병 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직원간의 교류조차 은밀하게 진행하는 불문율이 있는데 그걸 깨뜨릴 만큼 한미측이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전문가는 “한미측이 BBCN측과 통합하겠다는 걸 공개제안한 내용을 보면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BBCN의 최근 한달간 평균 주가에 15.3%의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방식의 통합을 하겠다는 조건은 사실 BBCN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미측의 그같은 달콤한 제안은 BBCN을 ‘유혹’하기 위한 의도라기 보다 윌셔은행과의 합병논의에 재를 뿌리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 1년새 실적도 좋지 않은데다 주가도 기대 이하로 낮게 형성돼 있는 윌셔은행으로서는 한미측이 제안한 조건을 따라잡을 만한 여건이 못된다. 따라서 한미은행으로서는 BBCN이 통합조건을 수락하면 수락한대로 좋고, 설사 거절한다 해도 현재의 빅3체제를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는 점에서 일종의 ‘꽃놀이패’같은 ‘신의 한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은 설득력 있다.

결국 한인은행 가운데 자산규모 1위(76억달러)인 BBCN뱅크를 중심에 놓고 자산 2위인 윌셔(47억달러)와 3위인 한미(42억달러) 간에 경쟁적으로 합병을 서로 견제하는 모양새의 극치가 한미은행의 공개 통합제안인 셈이다.

윌셔은행측은 23일 한미은행의 움직임에 대해 “두고 보자”는 식으로 반응을 일단 자제했다. 윌셔측으로서는 BBCN과 한미가 통합돼 자산 120억달러 규모의 빅뱅크가 될 경우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한미 또한 마찬가지 입장이다.

자신의 등 뒤에서 윌셔와 한미가 ‘수건돌리기’를 하는 국면에서 BBCN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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