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임창정 발라드

지금 음원차트는 7집으로 돌아온 싸이 노래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수록곡들로 점령돼 있다. 그런데 임창정의 정통발라드 ‘또 다시 사랑’도 상위권에 있다. 9월 22일 발표된 노래가 2개월 넘게 차트 상위권을 유지한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데뷔 20년을 맞은 중년가수 임창정이 신곡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이 노래는 ‘올드’하지 않다. 초겨울에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들고 카페에 앉아 이 노래를 듣다보면마음속이 약간 젖어오는 느낌이 든다.

‘또 다시 사랑’의 감성은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차분한 발라드다. 하지만 호소력은 배가된다. 평범과 보편속에서의 수작이라 할만하다. ‘거부감 0’의 이 노래는 90년대 발라드를 한창 들었던 중년이나 요즘 젊은 세대 할 것 없이 편하게 다가온다. 그 말은 90년대 발라드가 철 지난, 한물간 발라드가 아니라는 뜻이다. 추억으로만 회고할 콘텐츠가 아니다. 발라드가 댄스곡, 일렉트로닉의 강한 사운드에 밀려 위축됐는 줄 알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신호다. 발라드의 촉촉한 감성과 유려한 멜로디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임창정의 발라드는 저력과 뚝심이 있지만 확실한 발화점을 만나지 못했다. 지난해 무려 15곡을 담은 정규 12집을 내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시로 변화하는 음악 트렌드와 관계없이 자신의 정통발라드를 지켜왔다.

임창정이 작곡한 ‘또 다시 사랑’은 음악의 보편적 가치를 믿게 해준다. ‘또 다시 사랑’의 큰 인기는 장르가 획일화돼 있고, 젊은 가수들 위주인 현 가요계에 다양성의 한 품목을 제공한다. 또 이 노래의 인기는 “영원한 딴따라로 웃으며 살고 싶다”는 임창정의 소원을 실현시켜줄 가능성을 높여준다. 더불어 90년대 발라드 가수들에게도 통찰과 영감을 제공했을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