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센터 기획을 총괄한 민병천(47) 감독은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센터 설립을 준비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 캐릭터임에도, 태권브이의 관련 자료를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예고편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동호회나 지인들을 통해 수집한 자료가 고작이었는데, 전시 공간을 꾸미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일본까지 건너가서 셀화를 복원해 오기도 했다. 준비 과정에서 김청기 감독과 그 당시 스태프들이 도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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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이센터 총괄 기획을 담당한 민병천 감독 [사진제공=브이센터] |
“브이센터를 보시고 김청기 감독님은 감동해서 거의 우셨죠. 태권브이가 마징가의 표절이라는 문제에 대해 감독님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 당시 시대 상황을 보면 모방한 것도 사실이예요. 분명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태권브이 자체가 없었던 것이 될 수는 없잖아요? 내 시대에서 또 아들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 아이들에게 뭘 남겨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민 감독은 브이센터가 세대 간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어느 곳에 가든 아이가 즐거우면 어른이 힘들고, 어른이 즐거우면 아이가 심심해 했다. 자연스럽게 ‘어른과 아이가 같이 즐거워하는 공간’을 떠올렸다. 그렇게 센터를 만들기까지 당시 초등학교 1~2학년이었던 자녀의 조언을 많이 구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이라 ‘아빠, 조금만 더 세련되면 좋겠다’고 그러더라고요. ‘니가 그 땐 그렇게 얘기했었다’고 그랬죠.(웃음)”
민병천 감독의 본업은 영화 연출이다. ‘유령’, ‘내추럴 시티’ 등 블록버스터 영화와 애니메이션 ‘코코몽’ 시리즈를 연출했다. 본업이 아닌 일로 바쁜 것이 아쉽지는 않느냐고 물었더니 “센터를 기획하는 일도 연출”이라며, “요즘 오히려 시나리오가 더 잘 써지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집필 중인 차기작은 ‘도깨비 감투’(몸에 붙이면 사람의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설화 속 물건)를 소재로 한 실사 극영화다. 한국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적인 ‘해리포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뭔가에 꽂히면 그 일을 하고야 마는’ 타입이다보니, 낯선 분야 앞에서 겁먹는 법이 없다. 사실 그의 도전정신 밑바탕엔 어린시절 만난 태권브이이 영향이 깔려 있다.
“어렸을 때 태권브이를 보고 ‘어떻게 이렇게 재밌는 걸 만들 수 있을까’ 싶었어요. ‘나는 훈이가 돼서 태권브이를 탈 거야’라는 생각으로 태권도를 배웠죠. 이단옆차기를 하다가 얼굴이 깨지기도 하고.(웃음) ‘과학자가 돼서 태권브이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태권브이를 다르게 리모델링해 보고 싶어서 디자인 공부도 했죠. 이 모든 게 돈이 있어야 하니까 돈도 열심히 벌었고요. 태권브이가 제 인생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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