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육아하던 아빠들의 스크린 속 ‘악마’ 변신, 왜?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안방극장 육아 프로그램의 친근한 모습으로 사랑받은 배우들이 잇달아 악역 변신에 나섰다.

‘삼둥이 아빠’ 송일국은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타투’(감독 이서ㆍ제작 ㈜다세포클럽·코리아스토리㈜)에서 연쇄 살인마로 분했다.

그간 송일국은 드라마 ‘해신’, ‘주몽’, ‘바람의 나라’ 등의 작품을 통해 반듯하고 강직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현재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예능인’으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때로는 엄격한 부모이자 살림꾼의 모습으로, 때로는 작품 속 이미지와는 다른 허술한 면모로 대중들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선 것. 

그러다보니 한동안 작품 활동이 뜸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 영화 ‘타투’ 개봉에 이어 내년 1월 드라마 ‘장영실’ 준비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일 열린 ‘타투’ 기자 간담회에서 송일국은 “(역할을 두고)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배우에게 새로운 걸 찾는 건 숙명이다. 배우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연기자로서의 소신을 전했다. 이어 “그런 기회가 안 왔었는데, 새로운 걸 시도하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굉장히 오랜만에 영화를 하면서 신인이 된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보면서 부족한 부분도 느꼈지만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망설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송일국의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같은 제작사의 차기작에선 ‘삼류 건달’ 역에 도전했다고. 영화는 이미 촬영을 마쳤고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준수 아빠’라는 애칭으로 친숙한 배우 이종혁도 새 영화에서 파격적인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나섰다.

‘파일: 4022일의 사육’은 11년 전 사라진 친구 미수(하연주 분)와 우연히 재회한 사회부 기자 수경(강별 분)이 미수의 연인 동민(이종혁 분)에게 감춰진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이종혁은 소시오패스 유전공학 박사 역을 맡아, 엘리트 이미지 이면에 감춰진 극악무도한 정체를 드러낸다.


지난 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종혁은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접했는데 강렬했다. 연기자로서 욕심이 나는 배역이었다”며 “‘준수 아빠’ 이미지를 벗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서 악역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종혁은 육아 예능 붐의 원조인 MBC ‘아빠, 어디가’를 통해 ‘준수 아빠’, ‘이조녁’ 등의 애칭을 얻으며 장난스러우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이후 영화 ‘돼지같은 여자’, 드라마 ’풍선껌’ 등으로 연기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왔지만, 아직까지는 예능 속 이미지가 더 친숙한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얼굴을 비췄던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크다. 예능 이미지로 인해 배역이 제한되거나, 예능 속 이미지와 상반된 역할을 맡았을 때 관객의 몰입이 어려운 면도 있는 것. 이 같은 부담을 짊어지고 도전에 나선 ‘아빠’들의 변신은 그 자체 만으로 의미있는 행보로 보인다. 두 영화 모두 작은 규모로 개봉하는 저예산 영화지만, 주역을 맡은 배우들의 존재감에 힘입어 고무적인 성적을 거둘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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