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그렁그렁 눈물연기의 비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문근영(28)의 눈물연기는 경지에 올라있다. 기자는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면서 하는 연기는 문근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문근영이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는 언니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감정 표출을 자제해야 하는 나레이터 역할을 맡아 그 모습을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청담동 앨리스‘ ‘불의 여신 정이’ ‘매리는 외박중‘에서는 그 눈물 연기를 실컷 볼 수 있었다.

‘마을’ 종영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근영에게 눈물연기의 노하우에 대해 물어봤다.


“저는 감정이 예민해서 감정에 쉽게 동화되고 이입된다. 제가 그러기 이전에 대본을 읽을 때 이미 울었을 것이다. 연기할 때에는 이를 정돈해서 하는 편이다. 그리고 저는 태생적으로 눈물이 찬다. 만화처럼 큰 눈물 방울이 떨어지는 듯하다. 7년간 같이 일한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나에게 눈이 특히하게 생겼다고 하다라. 눈물을 담아둘 수 있는 저수량이 많다. 그래서 댐처럼 방류할 수 있나보다. 이런 건 연기자에게 감사한 일이다.”

문근영은 질문마다 이런 식으로 또박또박 대답을 해주었다. 머리도 좋고 매너도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의 2번째 궁금증은 문근영의 작품 선택이다. 문근영은 평범한 캐릭터를 맡지 않는다. ‘마을‘은 지상파에서 시도하기 힘든 장르물이다. 문근영은 “장르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장르물을 지상파에서 한다는 점과 멜로가 없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겨 ‘마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을‘ PD는 처음에는 문근영에게 “이 역할이 왜 하고싶지? 독특하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뻔한 걸 재미없어 한다. 같은 캔디라도 돈 밝히는 캔디라든지(청담동 앨리스), 상류사회의 이지이 역할(임지연 분)이 훨씬 더 멋있다. 정형화에서 약간 뒤틀리는 게 좋다. 항상 이상한 걸 찾으니까 다작을 못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전형성을 띤 거여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아니어서 팬들의 갈증을 못채워주고 있다는 생각도 해서 내 마음과 다른 배역을 결정한 적도 있었다. 지나고 나니 후회만 남더라. 나는 연기가 좋아 이 일을 하는 사람인데, 끝나고 나서 에너지만 소모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왕 연기하는 거, 재밌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근영은 ‘마을‘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연쇄살인마 아가씨라고 했다.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 안하는 연쇄살인범에다 해킹할 줄 알고, 도망을 잘 다니며, 주식으로 돈을 벌었던 특이한 캐릭터라면서 아가씨 역을 한번쯤 연기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문근영은 자신의 성격도 밝혔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고,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대담하고 담대한 도전과 시도하는 걸 받아들인다. 춘천에서 촬영한 ‘1박2일’ 친구편은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뿐인데 대중들은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하고 내 친구들은 내 모습 그대로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1박2일‘때는 촬영하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즐거웠다.”

문근영은 “‘마을’이라는 드라마가 막장스럽고 감추고 싶은 얘기를 수면위에 올려놔 보는 내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런 소재를 끝까지 집요하게 파헤쳐, ‘그 끝이 이렇게 되고 있고, 그것으로 이 사람들은 이렇게 상처받고 있다’고 보여줘 막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작가님이 작은 불의를 눈감아버리면 큰 불의가 온다고 했다. 불편한 장면을 보여준 것은 작은 불의에 대해 눈 감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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