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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부동산 거부 도널드 트럼프(69)가 대선 캠페인에서 ‘무슬림 입국 전면 금지’를 주장해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그의 막말이 트럼프 빌딩 입주자들과 기업 브랜드 ‘트럼프’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도심에 서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 투숙객과 입주자들이 트럼프의 막말로 인한 곤혹스러움을 토로하고 있다.2009년 문을 연 총 92층, 423m 높이의 시카고 트럼프 타워는 미국내 3번째, 시카고에서 2번째로 높은 주상복합빌딩이다.이 빌딩의 주거용 오피스텔에 사는 중견 변호사 피터 영(44)은 “사는 곳을 밝히기가 꺼려진다”고 하소연했다.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 입주자는 “이러다 정말 트럼프 타워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며 “트럼프가 막말을 멈추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중년 남성 입주자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막말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후부터 사는 곳을 이야기할 때 ‘트럼프 타워’대신 ’401 노스 와바시’라는 주소를 댄다고 웃으며 말했다.시카고 트럼프 타워는 최대 번화가 미시간애비뉴와 시카고강이 만나는 탁월한 입지에, 미시간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갖췄다.
트리뷴은 이곳 입주자들과 호텔 투숙객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주거용 오피스텔 가격은 최소 100만 달러”라고 전했다.하지만, 브랜드 전문가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극단적인 발언과 정치적 입장이 그의 기업 브랜드 가치를 낮추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경영대학원의 마케팅 전문가 팀 컬킨 교수는 “기업 브랜드 ‘트럼프’는 성공과 부유함, 호화로움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제 극단주의와 부정적인 것들의 상징이 됐다”며 “한번 훼손된 ‘트럼프’ 브랜드가 이전 가치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컬킨 교수는 “트럼프 타워 입주자들은 그 곳에 산다는 자체가 자신에 대한 설명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트럼프가 아무리 마케팅의 귀재라 해도, 대선에 실패할 경우 브랜드 재정립의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는 “트럼프의 정치적 메시지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있고, 이로 인해 트럼프 사업이 틈새시장에서 반짝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있으나,그가 최근 남긴 말들은 많은 사람에게 매우 큰 상처가 됐고 이 사실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세계적인 부동산투자개발그룹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을 소유한 트럼프는 사업 마케팅에 자신의 이름을 적극 앞세워왔다.트럼프는 작년 6월 시카고 트럼프 타워 16층 하단, 시카고강을 마주한 면에 6m 높이의 초대형 스테인리스스틸 간판(TRUMP)을 붙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고, 시 당국이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도록 만들었다.
연합
유명 건축가들까지 가세해 압도적 크기의 번쩍거리는 간판이 시카고 주요 건축물의 조화를 깨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비난했으나,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 ‘트럼프’ 간판이 시카고를 돋보이게 할 것”이라며 설치를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