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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N과 윌셔은행의 합병 발표에 따른 ‘도미노 효과’가 벌써부터 한인은행가에 나타나고 있다.
합병으로 두 은행에 종사하는 15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적어도 300여명이 감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은행원 상당수가 불안한 마음에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인은행들은 이 참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BBCN이나 윌셔의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윌셔은행의 베테랑 뱅커 A씨는 합병발표 이후 남몰래 자신의 스마트폰을 훔쳐보기 바쁘다. 나름대로 괜찮은 실적을 내왔다고 자부하지만 합병에 따라 최소 수백명 이상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자리가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일 없이 계속 근무하게 되면 좋겠지만 사람일이란 모르는 법. 혹시라도 타 은행에서 전화가 온다면 얼마든지 ‘조건’을 들어볼 의향이 있다고 한다. A씨는 “옵션을 가지고 있어야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아직 아이가 한창 크고 있고 여기저기 돈 들어갈데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혹시 모르니 이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다른 은행 한곳에서 오퍼를 보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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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취직한 지 2년째인 한인 Y씨. 취업난도 있고 주변의 권유도 있고 해서 지난해 한인은행에 입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낙 어릴때 이민온데다 한인들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성장하고 학교를 마치다 보니 이른바 ‘한인 직장 문화’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언어야 그렇다 쳐도 일이 처리되는 방식이 이해되지 않다보니 얼마전부터 이직을 고려해 왔다. Y씨는 “직장을 옮기려고 생각 중인데 은행 합병 소식이 들려왔다”라며 “이번 기회에 차라리 주류 은행으로 자리를 옮길까 생각 중이다. 얼마전부터 이력서를 보내면서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인 직장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BBCN뱅크의 한인타운 지점 텔러인 한인 B씨는 그야말로 자신이 해고 1순위가 아닐까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P씨는 “수입이 많다고는 할 수 있지만 은행에서 제공하는 보험이나 베네핏이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며 “혹시라도 해고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합병에 따른 고민은 고위 간부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은행이 합하면 현재 양 은행의 간부급 상당수는 옷을 벗게될 것으로 알려진다. 벌써부터 다양한 ‘인사 이동설’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이번 합병을 가장 반기는 곳은 사실 미드 메이저로 불리는 태평양은행, CBB뱅크, 오픈뱅크,유니티은행 등 한인 비상장 은행들이다. 인재를 스카웃하기도 좋고, 합병으로 사라지는 목 좋은 지점을 차지할 수도 있다.
미드메이저급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합병으로 생기는 혼란이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인재를 충원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만일 자리 좋은 곳에 있던 지점 하나가 없어지면 아예 그곳 직원들까지 함께 고용해 자리를 옮길 계획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