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등 선진증시가 일제히 급락한데 이어 14일 아시아 증시도 속절없이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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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80포인트(1.07%) 하락한 1927.82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한때 1920선이 무너졌다가 연말 배당을 노린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간신히 낙폭을 줄였다. 역시 외국인이 3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공포에 질린 개인도 약 15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11포인트(3.54%) 급락한 630.37에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20위 이내에서 오른 종목이 단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처절한 하락이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선진국 증시가 줄줄이 급락하자 외국인의 신흥국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 주요국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는 1.81%, 홍콩항셍지수는 0.67%(오후 4시 현재), 대만가권지수는 0.93% 떨어졌다.
환율시장도 멀쩡하지는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84.8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5.3원 상승했다. 지난 9월 30일(1185.3원) 이후 두 달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오전 한때 1188.4원까지 오르며 119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위안화 약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주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 페그(고정)제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미국 달러 강세에 맞서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며 환율전쟁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통화지수도 재차 직전 저점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가 시작했다.
중국 외환교역센터는 지난 11일 CFETS 위안화 환율지수가 지난달 30일 현재 102.93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가 통화바스켓 구성 통화에 비해 2014년 말보다 2.93% 절상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의 불안을 사전 차단하고, 위안화 가치의 점진적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칫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에 신흥국이 희생당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14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유독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만 2%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노무라의 스튜어트 오클레이 신흥시장 부장은 “위안화가 실제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통화바스켓에 비해 절상돼 있는 것을 보여줄 경우, 미국 당국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절하를 유도하는 중국을 비난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