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라 2015] 위로받고 싶었던 사람들…쿡방‘, ’복고‘에 응답했다 전해라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삼시세끼’ 챙겨 먹는 것도 고단하고 팍팍한 한 해였다. ‘수저 계급론’이 사회를 뒤덮어, 희망조차 할 수 없는 절망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현실을 벗어나 몰입하고 싶은 것을 찾을 때”(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대중문화계는 두 가지 트렌드로 사회현상을 만들었다. ‘쿡방’과 ‘복고’다. 전혀 다른 ‘유행’처럼 보이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두 트렌드를 하나로 해석했다. “끝없는 장기불황”(정덕현 평론가) 속에서 “‘괜찮다’고 위로하는 콘텐츠의 연장”(정형진 CJ E&M 방송사업부문 콘텐츠 전략 국장)이라는 것이다.

방송가에서 출발한 ‘쿡방’(요리하는 방송)과 ‘복고’ 열풍은 대중문화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올초 40대 남자배우들은 부족한 재료로 솜씨를 부려 근사한 한 상을 차려냈다. 방송가 ‘쿡방’ 열풍은 ‘삼시세끼’(tvN)가 단초를 제공해 화려한 요리쇼(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진화했고, 성공한 요식업계 CEO(백종원)가 ‘친근한 소통법’으로 따뜻한 밥 한 끼(tvN ‘집밥 백선생’)를 건넸다.

업계 관계자들은 ‘쿡방’ 돌풍이 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 소소한 데에서 의미를 찾고자”(‘집밥 백선생’ 고민구 PD)했고, 거기엔 “음식을 통한 위로”(정덕현 평론가)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삼시세끼’는 하루 세 끼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리는 연예인들의 시골살이를 보여줬다. 정덕현 평론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삼시세끼를 먹는 것만으로 풍요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작은 위로와 위안을 건넨 콘텐츠“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요리과정을 가르쳐 주면서도 ‘집밥’이란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정성 들여 만든 음식으로 정을 나누는 것”이라는 백종원의 이야기에도 요리를 통한 소소한 위로가 담겼다. 음식이 주는 정서적 위안은 일본 인기드라마 ‘심야식당’의 영화판으로 극장을 찾았고, 리메이크한 한국판 드라마도 방영됐다.


고단한 삶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따뜻하고 풍요로웠던 과거를 그리워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2015년엔 찾기 어려운 ‘정(情)’이 넘쳐났던 1988년 쌍문동 골목의 이야기(tvN ‘응답하라1988’)가 하반기 대중문화계를 강타했다. 드라마엔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판타지처럼 이어졌다. 가족과 이웃,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다. 판타지가 커질수록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복고’는 한두 해 트렌드는 아니지만 올 한 해는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해 연말 예능(MBC ‘무한도전 토토가’)이 2015년 복고 스타트를 끊었고, 뒤이어 영화(쎄시봉)가 등장했다. “‘응팔’의 인기로 OST까지 음원차트를 점령하며 대중문화 전반의 복고 트렌드가 확산됐다”(정덕현 평론가)는 분석이다. 


몇 해동안 이어진 복고 열풍은 당분간 유효하리라는 전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 대중문화의 복고 열풍이 더 커진다. 과거를 그리워하면서도 내일을 희망할 수 있다면 콘텐츠가 신드롬을 만들지는 못한다. 새로운 원동력이 다른 삶을 바라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을 통한 복고 열풍은 과거회귀적인 모습에서 그친다”며 “현재에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때 복고 트렌드도 한 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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