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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는 조선시대 마술사라는 독특한 소재, 유승호와 고아라의 로맨스, 곽도원과 이경영, 조윤희 등 다채로운 조연 배우들, 가상의 공간인 ‘물랑루’까지 연말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만한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단연코 ‘물랑루’라는 가상의 공간이다. 기존 사극 영화들은 스핀오프 혹은 팩션의 초점을 인물에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조선마술사’는 이와 다르게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마술사’의 시대적 배경은 병자호란 직후 조선 의주다. 영화 속에서는 평안도 최대 유곽인 가상의 공간 ‘물랑루’가 등장한다. 이는 사실과 다른 픽션(Fiction)이다. 사실과 허구가 긴밀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이런 공간적 장치는 관객들이 영화에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물랑루는 단순히 봤을 때 화려하고 거대한 유곽일 뿐이다. 환희(유승호 분)는 이 곳에서 마술을 펼친다. 개화기 이후 무대가 있는 서양식 공연장이 대중화 됐지만 본래 우리네 전통적인 공연장은 ‘바닥’이란 점에서, 물랑루는 굉장히 독특한 구조를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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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란 공연장은 관객과 공연자를 구분짓지 않지만 관객의 계급을 나눈다. 평민과 하층민들은 흙바닥에서, 상류층은 누곽이나 정자 등의 나무바닥에서 공연을 봤다. 즉, 한국의 공연장은 계급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대승 감독은 물랑루에 대해 “기존 질서와 계급 구조조차 없어져버린 공간”이라고 밝혔다. 영화 속 물랑루는 이런 김대승 감독의 말대로 ‘바닥’이란 공연장이 가진 계급사회를 과감히 무너뜨렸다.
영화 속에서 물랑루는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상징적 요소다. 관객들은 상징적 요소인 물랑루를 통해 김대승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접적이나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황교덕 이슈팀기자 /ty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