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코미디빅리그’서 갈고닦은 그녀들, 방송가 주름잡다

‘코빅’ 관객인기투표가 코너 순위 결정
객석과 호흡할수 있는 개그적 연기 필수
물오른 개그감·재치있는 입담 두루겸비
어떤 상황서도 어떤 캐릭터도 자유자재
다른 예능프로 출연하면 존재감 폭발

이국주, 박나래, 장도연, 이세영은 2015년 시청자가 주목한 대표적인 ‘대세 스타’들이다. 코미디를 넘어 예능과 드라마 등 방송 전반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모두 ‘코미디빅리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말개그뿐만 아니라, 분장개그 등으로 어필시킨 몸개그, 그리고 어떤 시추에이션과 어떤 캐릭터도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갈고 닦았다.

이것이 그들이 다른 예능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는 이유다. 말개그나 몸개그 한쪽에 치우치는 식의 편식이 아니라, 코미디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들을 두루두루 섭렵했다.

tvN 김석현 국장은 “코빅이라는 콩트 프로그램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타방송에서 활동하길 원한다. 그렇게 해도 녹화마다 관객들의 인기 투표에 따라 순위가 곧바로 결정되는 ‘코빅’에도 열심히 참가하는 기특한 마음씨들이 있다”면서 “박나래와 장도연 등은 재미와 말솜씨를 뽐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그런 것의 경험치가 쌓였다. 그리고 멤버들이 서로 친해지면서 개그의 시너지도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코빅’은 기본적으로 연기를 중요시한다. 연극적 연기라기 보다는, 객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개그적 연기를 말한다. 여기서 닦은 연기력이 다른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11년차 개그우먼 이국주는 요즘 물이 올랐다.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만 하면 고정 또는 반고정을 시켜달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그도 9년간의 무명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코미디빅리그’의 ‘코빅열차’와 ‘10년째 연애중’ 두 코너에서 인기를 얻었다. 여기서 이국주는 개인기, 몸개그, 유행어, 캐릭터(보성댁)를 두루 갖췄다.

이국주는 “출발하자 마자 바로 뜨는 선배와 후배를 봤는데, 굉장히 무서운 거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자신을 보여줘야 하는 거다”면서 “만약 나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면 무서울 것 같다. ‘코빅’에서 다양한 역할로 기승전결을 이끌어본 경험이 요즘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나래, 장도연, 이세영도 ‘코빅’에 출연하며 희극 연기를 바탕으로 충실히 기본기를 닦았다. 박나래-장도연은 ‘썸&쌈’, ‘중고&나라’ 등 다양한 코너에서 콤비로 활약하며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이세영은 ‘코빅열차’, ‘흔남흔녀’ 등의 코너에 출연하며 꾸준히 입지를 다졌다.

‘코빅’에서 내공을 갈고 닦은 그들의 개성은 자사 채널인 tvN에서 ‘SNL 코리아’ ‘콩트앤더시티’ 등 예능감과 연기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빛났다.

개그계 최강 콤비인 박나래-장도연은 지난 2015년 일명 ‘포텐’을 터뜨리며 안방 극장에 큰 웃음을 던졌다. ‘콩트앤더시티’에서 새 코너 ‘나래&도연’을 선보이며 특급 케미를 자랑하는 한편, 최근 ‘SNL 코리아’에서는 시즌 마지막 게스트로 출연, 온몸을 내던진 역대급 개그로 안방을 초토화시켰다. 박나래는 최근 한 연말 시상식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박나래와 장도연이 자주 캐스팅되는 이유는 캐릭터의 차별성에도 있다. 몸개그 말개그 연기력을 두루 갖춘데다, 망가짐을 불사하는 ‘인간복사기’ 박나래는 예능 강도에 있어 김숙과 신봉선보다 더 센 개그를 하고 있고, 장도연은 미스코리아급 몸매로 웃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박나래의 분장개그는 오래 빛났다. 차승원, 마동석, 전현무, 이병헌 등 매주 대세 스타와 싱크로율 100% 변신을 자랑하는 코믹분장으로 화제가 됐다.

‘SNL코리아’ 고정 크루로 발탁된 이세영은 방송마다 놀라운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 활약에 힘입어 현재 신드롬적 인기를 얻고 있는 tvN ‘응답하라 1988’에도 당당히 캐스팅 됐다. 극 중 성덕선(혜리 분)의 절친 왕자현 역을 맡은 이세영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물오른 개그감, 배꼽 잡는 연기력, 재치 있는 입담까지, 이들의 대세 등극의 비결은 ‘코빅’으로 쌓은 내공과 함께 ‘SNL 코리아’, ‘콩트앤더시티’ 등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펼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바탕이 되었던 점이 손꼽히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서울 상암동 연습실을 아지트 삼아 연습실과 놀이실, 회의실이 구분이 되지 않는 ‘유희적 생활 방식’을 실천하고 있어 웃음을 터뜨리는 능률이 높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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