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루시드 폴의 7집 정규앨범 ‘누군가를 위한’에는 무려 15곡이 담겨있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혼이 부르는 노래인 타이틀곡 ‘아직, 있다’를 비롯해 노래들이 하나같이 좋다. 언뜻 들어보면 단조로운 것 같지만 조근조근 노래하는 루시드 폴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이면 편안해지고 치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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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감수성은 섬세하고 따뜻하다. 작게 읊조리지만 강한 파워가 느껴진다.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멜로디가 아름다운 곡들이 많다.
루시드 폴은 최근 2년간 제주에서 살았다. “내가 원치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아진 게 서울을 떠난 이유다.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예능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가 좋다. 제주에서도 친한 친구인 이상순(이효리 남편)외에는 사람을 별로 만나지 않았다.”
루시드 폴은 제주에서 동화 쓰기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동요 5곡과 다른 노래 10곡은 모두 연결돼 있어 하나의 앨범에 담겼다.
“제가 제주에서 봤던 걸 노래로 풀어냈다. 내가 이러이러한 컨셉으로 썼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듣는 사람이 듣고싶은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는 제주의 동네 바다와 숲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생물들, 꽃 나무 들짐승 물고기 산새 바다새 등을 관찰하고 사진으로 찍어두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제주에서 삶을 녹인 동화 ‘푸른 연꽃’이 탄생했다. 여기에 실린 5곡들은 주인공 마노를 중심으로, 떠나고 돌아오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온라인 음원들로 쪼개 소비하기에는 너무 많은 감각과 이야기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요즘은 정규앨범보다 싱글을 더 많이 낸다. 각자가 원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나는 싱글로 내는데 익숙하지 않다.곡 단위로 쪼개지지 않는 2년간의 음악적인 기록이기 때문에 정규 음반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드 폴은 제주에서 과수원과 밭 농사를 하다가, 일이 많아져 이제는 과수원 일만 하고, 동화를 쓰고 있다고 했다.
루시드 폴에게 목소리, 음악의 특징과 강점이 뭔가 라고 묻자 갑자기 쑥스러워했다.
“가수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목소리가 싫다. 잘 안들리더라. 계속 불만만 가질 수는 없다. 노래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게 쓰자고 했다. 톤이 낮아,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는 발성을 개발해야 했다. 극복하려고 하다보면, 듣는 분들이 좋게 들릴 수도 있다. 도쿄 시부야의 한 보사노바 바에 들어갔더니 내 노래를 틀어주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감성 연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루시드 폴의 삶은 편안해 보였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