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요즘 남궁민은 악역에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이제 그는 ‘쎈’ 캐릭터, 서늘한 연기 전문가가 됐다.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금수저 망나니인 재벌 2세 남궁민(남규만 역)이 살인 지시를 거부하는 동창 친구이자 자신의 비서를 검도용 죽도로 때리는 장면은 잔인하고 섬뜩하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아무 죄없는 사람인 서재혁(전광렬)을 살인자로 만들어놓고도 뻔뻔하기가 인면수심이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보다 더한 ‘놈’이다.
남궁민의 섬뜩한 악행 연기는 ‘리멤버’의 긴장감을 높여 시청자에게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는 심리를 안겨준다.
그만큼 주인공 유승호(서진우)가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린 아버지(전광렬)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기억력 천재 아들이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의 구출 작전이 아직은 험난하다. ‘미친 놈‘ 남궁민과 그의 아버지이자 노련하게 ‘미친 놈’ 한진희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힘들다.
‘리멤버‘를 본 사람들의 남궁민 연기 관련 소감을 보면 “메소드 연기의 진수” “드라마 보면서 살 떨린 건 이 놈이 처음” “부드러운 이미지일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눈빛이 완전 돌변” 등으로 남궁민의 연기 칭찬 일색이다.
얼마전 남궁민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악역 연기에 대해 상당한 연구를 하고 있고 내공도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를 내는 연기에 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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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연쇄살인범 권재희를 맡았던 남궁민은 작가가 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만의 상상과 느낌으로 연기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연기는 테크닉과 감정이다. 내가 화난 것을 시청자에게 알게 해줘야 한다. 내가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하고 소리를 지를 때 그 이미지를 생각한다. 여기서는 저음, 표정은 이렇고, 대사 치는 것은 또 이렇게… 이런 테크닉만으로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하는 건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고 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걸 연기에 적용해보자. 연기할 때에는 테크닉인지,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캐릭터를 이해한 상태에서 연기할 당시 느낌과 감정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조금은 혼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서운 연기를 할 때, 그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을 스킬로 캐치해서 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무서운 얘기를 하다보면, 그 감정에 취하게 되면, 얘기할 때에 다음 대사를 머리로 생각하게되면 그건 연기다. 거의 감정으로 대사를 끌고가는 식이 내가 하는 악인 연기다.”
남궁민의 바쁜 일정으로 충분한 인터뷰를 못나눴지만, 나중에 악역에 대한 학위논문을 쓰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민의 연기는 테크닉보다는 감정(느낌)을 더 중시한다. 악한 연기의 포인트를 잡기보다는 “막 한다. 느껴지는대로 막~”이라고 말한다. 그는 확실히 눈빛의 미묘함을 잘 살린다.
그런데 남궁민은 “TV에 나온 것이 내 모습이랑 달라 지금도내 목소리를 녹음해 들으면 이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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