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 ‘로봇, 소리’ 때때로 잔인한 인생을 위로해 줄 ‘힐링무비’

인생은 때로 우리에게 가혹하다. 모든 일이 잘 풀릴 듯 하다가도 헝클어지기도 하고 거대한 고비에 직면해 막막해도 언젠가 풀릴 구멍이 보이곤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는 그런 세상을 세심한 관점으로 다룬다. 실종된 딸을 10년동안 찾아 헤맨 해관(이성민 분)은 지칠대로 지쳤으면서도 딸 유주의 행방을 좇는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에도 그는 단서도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런 그의 노력에 감동한 걸까, 해관은 다행히 로봇 ‘소리(심은경 분)’를 만나 딸을 찾을 수 있는 행운을 맞이한다. 그런 행운과 함께 그는 국정원의 추적을 감당해야 하는 짐까지 떠안게 된다. 딸을 향한 그의 집념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는 중후반부까지 도통 알 수 없게 진행된다.

이 영화 속 잃어버린 딸은 결국 ‘소리’라는 로봇을 만나면서 조금이나마 채워지게 된다. 해관은 소리를 처음 만났을 때 폭탄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금방 그것을 가져와서 성심성의껏 닦는다. 왜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해관은 그저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그것을 정성스레 씻겨주었을 것이다.

영화 ‘로봇, 소리’는 그런 일어나버린 것들, 이미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따듯하게 감싸준다. 인간에게 모르기 때문에 순수한 ‘소리’처럼 이 영화는 ‘그럼에도 고맙다’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해관과 ‘소리’가 처음 만난 바다처럼, 세상은 얼어붙지 않고 때때로 여기치 못한 행운으로 우리를 덮어준다.

좀 더 거리를 두고 봐도 이 영화는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진한 여운을 전한다. 이성민은 10년간 딸을 찾지 못한 아픔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소리’와의 완벽한 호흡으로 때때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희준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현실적인 악역을, 이하늬는 엉뚱하면서도 결단력있는 동료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조연배우들도 제각기 재치 있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로봇, 소리’의 세계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이 무대 뒤에는 훌륭하게 영화 속 세계의 방향을 잡아준 심은경과 이호재 감독이 있다. 이호재 감독과 제작진은 ‘소리’에게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할 토대를 만들어주었고 이에 화답하듯 심은경은 섬세한 표현력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손발이 착착 맞은 이들은 로봇이란 다소 생소한 소재와 부성애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거부감없이 결합시켰다. 과하지 않은 설정과 아픔을 동반하면서도 성장하는 스토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와닿을 것이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로봇, 소리’가 제작진들의 기원처럼 세상에 따듯한 기운을 안겨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팀기자 /ent@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