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응팔 ①] 기록들…시청률 17%, 매출 250억원, ‘광고퀸’ 혜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올 겨울은 ‘응팔’ 시대였다. 1997년을 시작으로 1994년을 거쳐 1988년으로 시계를 돌린 ‘응답하라 1988’(tvN)은 다시 한 번 ‘국민 드라마’임을 보여줬다.

지난 9주간 어딜 가나 ‘응팔’이 화제였다. 드라마에는 88학번이 나오지 않는데도 “내가 88학번”이라고 고백하는 이들부터, 자신이 1988년도 쌍문동에 살았고, 드라마에 나오는 ‘쌍고(쌍문고) 출신’이라는 이들이 숱하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5세 이상. 방송 관계자들은 ‘응팔’의 흥행과 함께 한 가지 기정사실을 확인했다. “TV는 역시 중장년층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답하라 1988’은 40대의 탄탄한 지지를 발판 삼아 신드롬을 형성, 역대 최고의 기록들을 낳았다. 오는 16일 종영을 앞둔 ‘응답하라 1988’이 남긴 새로운 역사들을 살펴봤다.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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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시청률 새 역사 쓴다=‘응답하라 1988’은 지난 10월 30일 ‘시청지도서’(3.3%)로 출발, 11월 6일 첫 회에서 6.1%(닐슨코리아ㆍ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의 전국 시청률로 기록하는 것으로 안방에 안착했다. 첫 방송 시청률이 전작들보다 월등히 높다. ‘1997’과 ‘1994’의 첫 회 시청률은 각각 1.2%, 2.5%였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상승했다. tvN에 따르면 2회에서 7.4%를 기록한 드라마는 3, 4회에선 앞자릿수를 바꿔 각각 8.4%, 8.7%를 써냈다. 5, 6회분에선 두 자릿수로 치고 나갔다. 5회가 10.8%, 6회가 10%였다. 이후 8회에서 12.2%를 기록한 드라마는 10회 13.9%를 기록했고, 12월 20일 방송된 14회는 16%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7.4%였다.

새해에도 열풍은 계속됐다. 지난 9일 방송된 18화는 평균 17.8%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0%. 심지어 각 연령층에서도 자체 최고 시청률이 나왔다. 여자 20대 평균 12.8%, 최고 14.1%, 30대 평균 15.7%, 최고 17.4%, 40대 평균 20.6%, 최고 23.3%, 50대 평균 11.3% 최고 12.9%였다.

드라마에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한 건 40대였다. ‘응팔’의 40대 시청률은 1회 5.1%에서 시작해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다 2회에서 평균 시청률 보다 높은 8.5%를 기록했다. 3회(7.6%)에선 다시 평균 이하의 수치를 써냈으나 10회에서 14.4%를 기록하며 평균을 뛰어넘은 것이 18회까지 이어졌다. 이 기록은 전 세대를 아울러 최고 수치다.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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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시청자들의 호응으로 드라마는 2013년 12월 18일 종영한 ‘응답하라1994’의 최고 시청률(12%)을 진작에 뛰어넘었다. tvN 개국 9주년을 맞은 tvN 역대 최고 가구 시청률이며, 역대 최고 타깃 시청률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케이블 최고 시청률도 넘보고 있다. 지금까지 케이블 최고 시청률은 ‘공정사회’ 화두를 던진 허각을 우승자로 배출한 ‘슈퍼스타K’ 시즌2다. 시즌2의 결승전은 18.1%를 기록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21%까지 치솟았다. 5년 전이었던 당시만 해도 종편 채널이 생기기 전이었으며, 미디어 환경은 지상파 방송3사 위주로 판이 짜였던 때다. 방송 관계자들은 “현재처럼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이 충돌하고, TV 시청자가 모바일로 대거 이동하는 환경에서 케이블 TV가 17% 이상의 시청률을 낸다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내부에선 이미 “케이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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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고위 관계자는 “시청률은 물론 온라인에서의 화제성도 상당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내부에서도 고무적이다”라면서도 “두려움도 적지 않다. ‘응팔’ 이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시그널’을 시작으로 2016년 드라마 라인업이 좋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응사’의 2배…VOD 주당 5억원, 광고 매출 171억원=요즘 tvN 관계자들은 한층 고무돼있다. 다시 돌아온 ‘응답하라 1988’의 놀라운 성과가 영업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응답하라 1988‘은 광고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매출로만 2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광고 시장은 나날이 불황이라는데, ‘응팔’은 달랐다. 이미 20회 전회 방송 앞뒤로 붙는 광고는 물론 중간광고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사진제공=CJ E&M]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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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의 경우 가장 광고료가 높은 프라임 시간대(SA등급)부터 순차적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오후 8시부터 11시30분까지를 SA 등급으로 치고, 11시30분부터 자정까지를 A등급, 자정부터 새벽 12시 30분까지를 B등급으로 책정해뒀다. ‘응답하라 1988’은 오후 7시 50분에 시작해 9시 40분까지 방송된다.

‘응팔’의 인기로 tvN의 경우 토요일 저녁 8시 전후 광고단가 역시 부쩍 뛰었다. 뜨거운 화제를 낳았던 ‘미생’이 방송된 2014년~2015년 동기 대비 3배가 올랐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료도 뛰어넘었다. 방송 광고시장은 대대로 지상파 프라임 시간대 위주로 단가가 형성돼왔으나, ’응팔‘은 이 역시 뒤집었다.

한 관계자는 “MBC ’무한도전‘이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 광고료가 가장 높은데, 현재 ‘응팔’의 광고단가가 더 올랐다”며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지상파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1시간 30분~1시간 50분 가량 방송되는 ‘응팔’은 중간광고 시간이 60초 가량 할당, 15초 분량의 4개 정도의 광고가 편성된다. 이 중간광고가 지상파 광고료를 압도, 전체 광고 판매 매출은 171억원을 달성했다.

다시보기 VOD서비스를 통한 매출도 총 50억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tvN에 다르면 ‘응답하라 1988’의 VOD 매출은 주당 5억원을 벌어들였다.

아직 드라마 OST 매출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그 수익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응답하라 1988’의 OST는 이미 올 겨울 음원차트를 점령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OST 앨범은 발매일로부터 3개월 후, 음원은 6개월 후부터 매출액을 집계한다. 관계자들은 OST까지 포함하면 ‘응팔’의 총 매출은 약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역대 케이블 최고 매출”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tvN은 ‘응팔’의 인기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추억의 아이템을 현대화한 관련 상품(굿즈)을 제작해 판매했다. 텐바이텐과 공동제작한 달력과 우표, 노트, 엽서 등의 상품은 최저 3000원에서 최고 19000원에 판매 중으로, 매출 역시 쏠쏠하다. 다만 관련상품 판매 수익금은 CJ 나눔재단을 통해 소외가정을 돕는 기부에 쓰여 매출에 포함되지 않는다.

‘광고퀸’ 혜리, 수지 잇는 ‘100억 소녀’의 탄생=기획 단계에서 캐스팅 논란으로 말들이 무성했던 여주인공 혜리는 수지의 뒤를 잇는 ‘100억 소녀’로 등극했다.

덕선 역할을 연기하는 혜리는 2016년 1월 현재 총 28개의 광고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현재 10여개 광고의 추가 촬영이 예정돼있다. ‘응팔’ 이전의 광고 역시 재계약이 물 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13개의 광고가 혜리를 단독 모델로 한다. 알바몬, 다방, 상쾌환, 가나초콜릿, 푸마, 너구리, 미장센, 불스원, 싸이닉 등이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혜리는 데뷔 이후 모델 활동을 시작한 이후 2014년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준 3초 애교로 몸값이 2억원으로 뛰었다. ‘응팔’ 효과는 혜리의 광고료를 2배나 올려놨다. 현재 혜리는 6개월 단발에 4억원, 1년에 5억원 정도의 모델료를 받고 있다. 단독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60억원이나 된다.

혜리를 모델로 한 업체들로 걸맞는 효과를 보고 있다. 전통의 라면 브랜드 너구리는 혜리의 TV 광고 방영 이후 매출이 약 50% 급증했다. 혜리의 이름을 딴 ‘혜리 도시락’도 출시 3주만에 총 51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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