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가 중국도 아닌 한국 TV 방송(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던 게 일부 중국인에게는 대만독립운동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트와이스는 내수용만이 아닌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유망 걸그룹인데, 중국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만이 고향인 쯔위뿐만이 아니라 JYP도 어떤 정치적 발언 및 행위를 한 적이 없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갈수록 중국과 관련된 일들이 생기고 있지만, 여기에 대해 우리도 둔감한 부분이 있음을 인식하고 세심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쯔위 사태는 우리와 중국간의 직접적 관계가 아닌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에 쯔위가 개입당한(?) 형국이다. 중국내에서도 대만독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어느 정도인지를 JYP도 이번에 알게됐다고 한다.
엑소와 슈퍼주니어의 일부 중국 멤버 이탈에서, 외국인 멤버가 포함된 그룹을 기획, 제작할 때의 문제와 매니지먼트 방식을 보강할 필요성을 느낀 적은 있지만, 쯔위 사태는 정말 예상밖의 변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예상밖 요인들이 잠복돼 있어 이를조금만 소홀히 해도 얼마든지 문제가 돌출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제작하는 콘텐츠들이 중국 시장을 의식해, 갈수록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가령, KBS 월화극 ‘무림학교‘에서 이현우와 함께 주역을 맡고 있는 이홍빈이 연기하는 ‘왕치앙’은 중국재벌인 상하이 그룹 왕하오 회장(이범수)의 서자다. 주인공 캐릭터가 중국인이다. 무림(武林)이라는 말 자체도 중국 친화적이다.
중국이 좋아할만한 소재에 한류스타를 배치시키는 방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국(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올수록 중국에서 그 캐릭터에 대해 꼬투리를 잡히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 시상식 등 방송사 연말 행사들이 중국에도 동시 생방송되면서, 중국 시청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출연자가 중국 말을 하고 중국 노래까지 했다. 이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 콘텐츠가 중국시장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현실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쪽대본, 생방 수준의 제작 방식 등으로 파악하고, 사전제작제가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실현되지 못하다가 중국시장이 커지면서 해결됐다.‘태양의 후예‘나 ‘사임당’ 등 중국과 함께 방송하는 콘텐츠는 모두 사전제작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시대에 우리 것만 고집할 수는 없다. 대중문화 시장을 관통하는 힘은 국적이 아니라 돈이다. 모든 걸 바꿔내는 것은 자본의 논리다.
그렇게 힘들게 여겨오던 드라마 사전제작이 단번에 가능해진 것은 중국에 팔아먹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 팔아먹기 위해서는 완제품 형태로 방송전 광전총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제 국내에서 방송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도 중국인 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보는 시대다. 따라서 외국(인)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과 연관될 수 있는 빌미를 절대로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반응도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는 “몰랐다”거나 이런 말도 잘 안통한다.
특히 중국시장이 위협적일 정도로 커지면서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 또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저자세로 나가는 것도 좋은 게 아니다. 갈등이 생길 경우 과정과 논리를 분명하게밝혀 입장을 설득해나가야 한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