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으로 돌아간 ‘응답하라 1988’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았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살기 힘든 오늘”에 등장한 “위로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등장한 ‘응답하라 1988’은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지점에 서있다. 1세대 아이돌(1997) 문화에 푹 빠진 ‘고딩’들의 이야기, 대학농구 전성기 시절(1994)을 보낸 94학번의 이야기와 달리 드라마는 1988년만을 소환했다.
쌍문동 골목길의 풍경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2016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정(情)이 넘쳤다. 드라마는 한결같이 사라진 것을 이야기했다. 가족극을 지향한 드라마는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안겼다. ‘응답하라 1988’이 그려간 가족극의 형태는 지상파 드라마와도 달랐다.
지상파 가족드라마가 “부모, 자식간의 금기 영역을 깨뜨리는 것으로 가족의 위기를 보여주고, 이를 화합하고 복원시키는 결말”(윤석진 드라마평론가)로 나아가거나 “과거의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극에서 막장극으로 변질”(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된 것과는 다른 형태다.
가족과 이웃의 정, 첫사랑과 우정에 대한 그리움은 ‘열풍’으로 증명됐다. “현재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기에 대중문화의 복고 열풍이 더 커진다”는 명제가 드라마의 인기로 확인됐다.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의 정을 공유했던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남편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전작들에서도 ‘남편찾기’ 추리는 드라마의 인기요인 중 하나였다. 다만 ‘응팔’에서만큼은 굳이 ‘남편찾기’에 함몰되지 않았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를 모았다. ‘추리’를 통한 시청자 참여가 드라마의 후반부를 지탱했다.
그 결과 추측성 스포일러도 난무했고, 촬영장 사진까지 유출됐다. 제작진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초강수까지 뒀다. 이제 드라마는 2회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14일 모든 촬영을 끝냈다. 종영을 앞두고 공개된 예고편은 ‘어남택’ 지지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택(박보검)과 마주 앉은 덕선은 택이를 향해 “우린 친구잖아”라고 말한다.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 박보검의 슬픈 눈빛이 드라마의 마지막 힌트였다. 제작진이 던진 역대급 낚시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