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로봇인 ‘소리’는 해관에게 찾아와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두 존재의 교감은 보는 이들의 감정선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김해관(이성민 분)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로봇을 만나 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여정을 다룬 작품이다. 과연 이호재 감독은 이번 ‘로봇 소리’를 통해 어떤 화두를 드러내고 싶었을까.
아버지는 과연 딸에게 무심해지면서 사랑마져도 그렇게 변했을까?
극 중 김해관과 딸 김유주는 요즘 대부분의 가정처럼 부녀사이가 어색하다. 일반적으로 가장은 생계를 유지하려면 일을 해야하고, 일을 하다보면 가족들에게 덜 신경쓰게되고 그러다보면 대화가 적어지게된다. 이같이 해관도 무심한 것 처럼 표현도 잘 못하고 딸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간다. 그러던 중 딸이 어느 날 실종되면서, 그는 죄책감과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한 채 자신의 인생은 모두 버리고 10년동안 오로지 딸을 찾는 것에만 몰두한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은 가족간의 대화가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 작품에서도 이런 설정이 필요했던 이유도 아버지의 진심과 사랑을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로봇 소리’는 이를 통해 아버지의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느끼게 해준다. 아무리 부녀사이가 어색하고 친근하지 않다고 해도 아버지는 자신의 취미나 꿈보다 자식의 생계가 항상 먼저이고, 누구보다 가족을 위해 멀리서 힘쓰는 사람이다. 사랑은 말로써 표현되지 못한다는 말이 이번 ‘로봇 소리’를 통해 관객들을 울리게 할 키포인트가 아닐까.
로봇 ‘소리’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인공지능 위성 로봇인 소리는 기계답게 한번 소리를 들으면 평생 기억을 한다. 소리는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로봇과는 다르게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이다.
해관은 어떤 역경과 좌절이 찾아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딸을 찾기위해 무슨일이든 다 한다. 그렇지만 10년동안 자신이 해넨 결과는 처참히 별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 해관은 결국 사람이 아닌 기계를 선택해 ‘소리’의 도움을 받는다. 인간은 아무 도움없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든 나쁘든 어떤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결국엔 로봇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나올 수 밖에 없는 로봇은 전쟁이나 테러와 같이 자신이 방조하거나 일조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인간에 의해 탄생되어 저지른 일이지만 거꾸로 자신이 반성을 하게된다. ‘로봇, 소리’는 이런 역설적인 면모로 휴머니즘을 폭 넓게 담아내고 있다.
개념적으로 기계는 아무런 감정이 없고 교감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지만 ‘로봇, 소리’에서는 오히려 로봇 ‘소리’가 해관의 빈자리와 외로움을 채워준다. 여기서 해관은 소리를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위해 이용하려고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소리와 소통하고 교감하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소리를 대한다. 이호재 감독은 이런 로봇에게 공감능력과 측은지심을 부여해 관객들로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해주며 탄탄한 연출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같이 ‘로봇, 소리’는 여는 영화와는 다르게 감동을 위해 일부러 상황을 짜내거나 상업적으로 끼워맞추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오로지 관객이 느끼는대로 꾸밈없이 만들어진 작품이라 전 연령대 모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이 영화가 전달하는 부성애는 받는게 익숙하고 마음보다는 물질적인걸 바라게되는 세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호재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의 틀에 벚어나 색다른 아이디어로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켰다. ‘로봇, 소리’가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솔직한 메세지로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개봉.
장희언 이슈팀기자 /djs1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