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SF 장르가 드물었던 한국 영화계에서 로봇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영화는 거의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2012년 ‘인류멸망 보고서’(감독 김지운, 임필성)가 로봇의 인간성을 다루긴 했지만, 이 작품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영화 단독으로써 완전하게 창조된 영화는 아니었다. ‘내추럴 시티’(감독 민병천)와 ‘싸이보그 그녀’(감독 곽재용)도 있긴 했지만, 멜로 요소가 더 눈길을 끌어 로봇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않았다.
따라서 ‘로봇, 소리’에서 로봇을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설정은 반갑기도 하면서 낯설기도 하다. ‘로봇, 소리’는 진정 한국형 로봇 영화의 척도를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를 갖추게 한 중심으로는 로봇 ‘소리’의 구현 덕이 크다. ‘로봇, 소리’에 등장하는 ‘소리’는 동글동글한 외형으로 귀여운 매력을 강조한다. 이 외형에 맞게 ‘소리’는 아이에 가까운 성격을 보인다. ‘소리’는 간혹 ‘나는 그녀를 찾아야 한다’라는 대사로 책무를 강조하지만, 네비게이션 캐릭터로 변신하는 부분과 해관(이성민 분)이 핑크색 옷을 사 입혀주는 부분에서는 풋풋하고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제작진에 따르면 ‘소리’의 친근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너구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또 ‘소리’의 둥근 얼굴은 CCTV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는 ‘소리’의 눈 역할을 해 해관과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는 느낌을 준다. ‘소리’의 몸통은 쓰레기통에서 착안해 더욱 친근함을 안긴다.
‘소리’의 목소리는 배우 심은경이 맡아 더욱 귀여운 감성을 전한다. 심은경은 마냥 로봇의 딱딱함만을 표현하기보다 목소리와 어투에 인간으로서도, 로봇으로서도 어색한 중간 단계를 심은경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내며 생명력을 첨가했다.
형태의 착안점이 다양한 만큼 로봇 ‘소리’는 여느 영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됐다. 동그란 외형이 안기는 순수한 매력은 관객들에게 더 큰 감정과 감격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선희 이슈팀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