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6개월간 이어져 오며 지난 1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된 SBS ‘힐링캠프’도 지상파 예능의 익숙해진 숙명의 수순을 보는 듯하다. 4년 6개월이면 예능의 강산이 몇 번은 바뀌는 세월이다. ‘힐링캠프’가 종반에는 존재감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급변하는 예능환경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힐링캠프’는 한국 토크쇼 역사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점들이 있다.
‘힐링캠프’는 지상파 유일의 1인 토크쇼로 게스트의 속내와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 인기를 끌어왔다. 여기서는 게스트가 하고 싶은 말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게 큰 강점이었다. 처음에는 연예인들만 나왔지만 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인들도 이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어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양물이 아닌 예능으로서의 토크쇼는 MC들과 연출자들이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때문에 웃겨야 하고 편집도 그 기준에 맞추다 보니, 정작 게스트들이 마음대로 속마음을 차분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힐링캠프’는 게스트에 따라 구성과 포맷을 달리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토크쇼가 구성을 자유롭게 하기는 어렵지만, ‘힐링캠프‘는 최대한 형식을 자유롭게 해 단조로움을 피해갔다.
대학 시절 MT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오연수에게는 MT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박진영의 집에서 ‘힐링캠프’를 진행한 것은 스타의 집 공개 차원이 아닌 박진영의 독특한 생활방식 때문이었다. 이효리 편은 그녀가 어릴 때 가족과의 거주공간이자 아버지의 직장이기도 한 이발소에서 진행했고, 양현석도 어릴 때 살았던 서울 인사동 골목에서 진행함으로써 그의 성장과정과 가족사에 얽힌 내용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하는 데 어떤 연관이 됐는지를 알 수 있었다.
‘힐링캠프’는 게스트가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토크쇼의 기능을 맡아왔지만, 지상파에서 연예인이 밝히는 이야기가 점점 덜 궁금해졌다. 그 기능은 상당 부분 케이블과 인터넷, SNS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힐링캠프’도 지난해 7월 김제동이 단독 MC를 맡고 녹화장을 찾은 499인의 방청객을 MC로 내세워 게스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 형식(‘힐링캠프 500인’)으로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시청자와 소통하려는 그런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힐링캠프’는 토크쇼 기획연출 전문가인 최영인 PD가 기획해 6개월간 직접 연출하다 자신은 CP로 남고 후배인 곽승영 PD에게 연출을 넘긴 프로그램이다. 최영인 PD는 ‘진실게임’ ‘야심만만1, 2’ ‘밤이면 밤마다’ 등을 연출하며 특히 토크쇼에서 시대에 따른 대중의 감성을 잘 포착하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최 PD는 “힘들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고 ‘힐링캠프‘ 종영 소감을 밝혔다.
연예인 게스트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별로 궁금하지 않는 시대에 지상파 토크예능이 어떻게 변신해야 할지는 ‘힐링캠프’ 뿐만 아니라 방송 3사의 쉽지 않은 공통숙제다.
KBS ‘해피투게더3’는 박미선과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전현무, 조세호, 김풍를 투입해 새로운 모습으로 개편했지만, 다시3~4인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원래 포맷으로 환원한 듯하다.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구성과 형식으로 변화했지만, 변화가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유재석-박명수 체제 외에 새로 들어온 전현무, 조세호, 김풍의 역할이 별로 보이지 않아 MC의 새로운 관계도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이제 지상파의 1인 게스트 토크쇼는 없어졌고, 다인 토크쇼는 MBC ‘라디오스타’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케이블 채널뿐만 아니라 ‘웹예능’ 등 모바일을 공략하는 새로운 플랫폼용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에 지상파가 토크쇼 강점을 어떻게 펼쳐보일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해졌다.
‘라디오스타’는 이제 게스트의 지명도가 성공을 장담하지 않는다. 조연 배우나 개그맨, 연극, 뮤지컬 배우, 특이한 일반인까지 섭외해 재발견 시킨다. 신 스틸러 라미란과 센 언니 박나래, 피에스타의 차오루 등이 그렇게 해서 떴다. 4명의 MC가 던지는 ‘떡밥’을 게스트들이 어떻게 무는지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처럼 지상파 ‘토크쇼’는 확실한 강점이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