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문지윤)은 조별과제에 절대 참가하지 않고 이름만 올리려는 선배다. 오영곤(지윤호)은 홍설을 스토킹하며 수시로 홍설-유정 커플 관계를 이간질 시킨다. 손민수(윤지원)는 홍설의 머리모양과 옷 입는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한다.
다른 멜로 드라마라면 시어머니 될 여자 등 남녀주인공의 부모나 불치병 등이 사랑의 장벽 구실을 하는데, 여기서는 이 진상들만으로 족하다. 이 민폐 캐릭터들만 있으면 드라마의 사건이나 이야기를 얼마든지 되돌리는 도돌이표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찌질이들을 가만 보면 단순히 과장된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렵다. 죄 의식이 없는 확신범 같다. 어떤 사상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완전히 체득 또는 체화돼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발암캐릭터’ 또는 ‘암벤져스’ 군단으로 부른다.
‘짝설‘ 손민수는 홍설을 따라하고 홍설의 남동생을 애인이라고 거짓말해놓고 들키고도 화내는 홍설에게 적반하장격으로 맞선다.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드는 격인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이쯤 되면 캠프스 막장이다.
상철이도 마찬가지다. 조별과제에 참가하지 않고 이름을 올리면 적어도 미안해하는 구석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철이는 참다못한 홍설이 자신을 조별과제 수행자 명단에서 빼버리자, 오히려 자신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화를 낸다. 얼굴 두께가 훨씬 더 두꺼워졌다.
과거 캠프스에도 진상들은 있었다. 친구들에게 빈대 붙고, 민폐를 끼치던 그런 밉상 수준이었다. 하지만 ‘치인트’속 진상들은 지능적이고 전문적이다. 의도적이고 치밀하다. 진상 내공들이 보통을 넘어선 뻔뻔한 친구들이다.
물론 이런 진상들뿐만 아니라 홍설을 잘 이해하는 친구들인 장보라(박민지)나 권은택(남주혁)도 홍설을 스토킹하는 영곤의 증거를 잡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지만, 찌질이들은 이들보다 한수위다.
진상 캐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가 지나친 언행들로 분노를 유발케 해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더하면서 시청자에게 욕을 먹으면서 인기는 올라가고 있다.
평론가 정덕현은 이들 발암캐릭터들이 지나친 경쟁사회(피로사회, 삭막사회)가 낳은 한 단면이라고 해석했다. 인간적인 관계가 결여된 이들의 진상 짓을 보고 재미 있어 할 수만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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