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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장소 좋은데 없나요?”
최근 한인타운에 재개발붐이 몰아치면서 십수년간 지켜온 영업장소를 옮겨야 하는 요식업체가 늘고 있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업주들의 고민이 깊다. 특히 재개발 계획이 확정된 8가와 올림픽가 선상의 자영업소들은 저마다 새로 옮길 만한 장소에 대한 정보를 구하느라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 1994년 문을 연 이래 LA한인타운에서 가장 맛 있는 ‘집밥’으로 유명한 ‘전원식당’과 그 이웃인 일식당 ‘유키노하나’가 세들어 있는 8가와 베렌도&카탈리나 사이 구역의 2층 건물은 오는 3월말까지 모든 테넌트가 옮겨야 한다. 건물주인 제이미슨 서비스는 이 구역에 복합주거빌딩을 건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과 한블럭 떨어진 유명 바베큐식당 ‘숯불집’이 세든 건물 또한 주상복합건축계획을 가진 개발업체에 팔려 자리를 이전해야 한다.
다른 업종의 테넌트와 달리 식당 등 요식업체는 여러 해 동안 고정된 장소에서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을 확보하는 동안 쌓아온 보이지 않는 가치가 하루아침에 장소 이전 과정을 거치며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원식당’의 경우 22년 동안 한 장소에서 붙박이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음식맛’과 더불어 한인타운내 어느 곳보다 편리한 넓은 주차공간을 가진 덕분이었다. 6달러짜리 국밥 한그릇 먹고 2달러씩 주고 발렛파킹을 해야하는 곳이 허다한 판국에 전원식당이 세든 건물은 그야말로 식당업의 파라다이스처럼 꼽혔다. 그러한 기준에 맞는 곳을 새 장소로 물색하려다 보니 거의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나 다름없다.
전원식당 전용원 사장은 “작년 가을부터 벌써 반년 가까이 옮길 만한 곳을 찾고 있지만 조건이 맞는 데가 없다”라며 “비워줘야할 날짜가 다가오니 하루 하루 피가 마른다”라고 호소했다.
전원식당과 같은 건물에 세들어 있는 일식당 ‘유키노하나’의 업주도 비슷한 처지다. 그는 “개업한 지 3년만에 겨우 단골도 늘고 매상도 안정돼가던 참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니 억울하기도 하지만 방법이 없다”라며 한숨지었다. 그는 “임대기간이 7년이나 남아 있지만 신축할 경우에는 아무런 보상없이 그냥 쫓겨나는 계약이어서 운만 탓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식업체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최근 8가와 올림픽 선상에 재개발 붐이 일면서 식당 자리를 묻는 업주들의 문의가 많지만 권할 만한 자리가 없어 답답하다”라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