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배우.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싶다’
매번 영화 속에서 감초역활을 톡톡히 하고있는 배우들이 유독 눈에 띈다. 영화 ‘검사외전’을 보면 ‘저 사람은 사장이야? 아니면 건달이야?’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있다. 바로 한재영이다. 그는 25살에 서울로 올라와 오랫동안 연극 배우 생활을 했으며 주로 개성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묵묵히 연기하고있는 배우 한재영을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한재영은 배우 김상중도 몸담았던 극단 ‘신화’에 처음 들어가 무려 10편 이상의 연극 공연을 하면서 연기 내공을 꾸준히 쌓아왔다. 또 영화에도 몇 번 출연해 연극과 카메라 연기 모두 접하며 폭 넓은 연기를 경험했다. 어느정도 연기 경력이 있는데도 그는 겸손한 모습으로 배움의 자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검사외전’에서 황정민 선배님, 이성민 선배님 모두 계속되는 촬영으로 힘드실텐데 상대를 배려하고 잘 맞춰주세요.그런 모습들을 보며 하나하나 배우고 있어요. 이성민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카메라에 안걸리는 장면에서도 리액션 계속 해주시면서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시거든요. 같은 연극 배우 출신이라 연극하는 느낌도 들고 편했어요.”
“카메라 연기는 사소한 디테일도 신경써야해서 어렵고 자주 끈어가면서 촬영하니까 순간적으로 감정을 몰입하는 것이 힘듭니다. 그래서 아직은 촬영 할 때 전 장면부터 연기하면서 그 감정을 이어가지고 연기했어요. 다른 배우분들의 경우에는 경력이 많다 보니 싸인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몰입해서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영화 쪽 경력이 짧아서 이런것들도 계속해서 배워가고 있어요.”
영화 ‘검사외전’ ‘강남 1970′ ‘친구2′의 경우 든든한 라인업으로 작은 배역이라도 오디션 경쟁률이 엄청 치열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재영이 캐스팅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극 생활부터 꾸준히 다져온 내공과 항상 부족하다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겸손한 자세가 감독 눈에 띄지 않았을까.
누구나 꽃이 피는 시기는 다르다. 한재영은 이제 막 기지개를 피려고 하지만 분명히 힘든 순간들도 많이 존재했을 것이다. 무명인 상태에서 연기를 10년이상 하고 있다는 것은 연기에 미쳐있지 않고선 매우 힘든일이다.
“연극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의식주 해결하는게 힘들어요. 아무래도 상황이 넉넉하지 못하니까 먹고 사는게 가장 힘들었죠. 따로 알바도 안했고요. 후회되더라고요. 그만큼 워낙 힘들어서. 얼마전까지만해도 고시원에 살았거든요.”
“제가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시기도 그쯤이였어요. 29살, 30살 시절에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기회를 잡기 어렵더라고요. 오디션을 많이 봐도 다 떨어지고. 그래서 그때 4~5년 정도 휴식을 가졌어요.”
“휴식기때 아는 조감독분이 영화 ‘친구2′ 오디션 기회를 주시더라고요. 그 이후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특히 ‘강남 1970′ 경우에는 우연치 않게 먼저 캐스팅된 선배가 일이 생겨 스케줄이 안맞아서 제가 대신 들어갔거든요.”
한재영은 ‘검사외전’ ‘강남 1970′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극의 긴장감과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일조를 했다. 물론 건달, 양아치 전문배우로 대부분 센 이미지들을 보여줬지만 이제 막 얼굴을 알시작한 한재영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감을 높였다.
“저는 어떤 배역이든 주어진데로 다 도전해보고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안맞는것은 할 순 없지만 일단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하는게 그게 저의 숙제죠.”
“앞으로 연극과 영화 모두 병행하면서 연기를 하면 좋지만, 스케줄이 겹친다면 연극과 영화를 따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직 극단 ‘신화’에서도 발담고 있고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는 질문에 한재영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당연하게 ‘흥행 배우’ ‘개성파 배우’ ‘실력파 배우’ 등의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한재영에게 ‘편한 배우’란 어떤 배우 일까. 어디서 본 듯한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 청국장을 좋아할 것만 같은 외모. 입는 옷, 머리모양, 말투 등 어떤걸 입어도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하며 친근감으로 보는 이들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배우가 아닐까.
한재영은 지금까지 주로 양아치, 건달 등 관객들에게 센 이미지들을 선사했지만 그의 연기를 향한 애정과 마인드를 보면 앞으로 선보일 색다른 모습이 매우 궁금해 진다.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 한재영이 ‘명품조연’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다음 행보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장희언 이슈팀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