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최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개봉한 영화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의 감동실화를 영화화하며 100억 대작으로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받았으나 106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것으로 그친 형국이다.
연기파 배우 이성민의 첫 단독주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로봇, 소리’ 또한 참신한 소재와 따뜻한 휴먼드라마 장르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로봇, 소리’는 지난 1월 27일 개봉 이후 따뜻한 부성애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지만 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두 영화 모두 계속 되는 신작들의 공세에 맥을 못추고 상영관을 내리고 있다.
최근 황정민-강동원 주연의 범죄오락 영화 ‘검사외전’이 12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연일 신기록을 수록 중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영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함께 극장가에 볼 영화가 없으니 한 영화에 관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기이할 정도의 흥행성적을 올린 것이 아니냐란 날 선 비판도 포함돼 있다.
한국영화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에 세 편의 각기 다른 장르를 표방한 영화들이 개봉 예정이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첫번째 영화는 2월 17일 개봉된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동주’. 작년 영화 ‘사도’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비극적인 운명에 휩싸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거장 감독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이준익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윤동주 시인과 일제강점기 당시 아픔을 모두 다 담아내기 위해 흑백영화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동주는 청춘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이 각각 윤동주 시인과 그의 라이벌 송몽규를 열연했다. ‘동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까지 맡은 신연식 감독이 기획 중인 ‘예술인 시리즈’의 첫단추를 꿰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주’와 같은 날 개봉된 ‘좋아해줘’는 앞서 1월에 개봉돼 지지부진한 흥행기록을 세웠던 동일 장르의 영화 ‘나를 잊지말아요’ ‘그날의 분위기’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SNS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좋아해줘’는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SNS에 세대를 아우르는 연애감성을 녹여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아인, 이미연, 최지우, 김주혁, 강하늘, 이솜 이라는 역대급 초호화 캐스팅을 선보여 연인 관객들의 지지를 받아 흥행에 성공할지 추이가 주목되는 상황.
두 영화보다 후발 주자인 3월 10일 개봉될 영화 ‘널 기다리며’는 영화 ‘써니’, ‘수상한 그녀’를 통해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배우 심은경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널 기다리며’는 살인범에게 아빠를 잃은 딸의 복수를 그린 작품으로 연출을 맡은 모홍진 감독은 심은경의 출연을 이끌기 위해 시나리오 상 원래 남성이었던 주인공의 성별까지 여성으로 바꾸는 공을 들였다.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 제작보고회 당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아이 같은 순수함과 자신에게서 보기 힘든 잔혹성 두 가지 양면성에 집중했다”고 밝힌 바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층 더 이끌었다.
이처럼 새로운 이야기와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장르들로 무장한 세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다. 탄탄한 이야기와 색다른 장르에 대한 목마름이 잠재돼 있는 극장가에 과연 어떤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아 더 많은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팀 이슈팀기자 /sean5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