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순정’ 황석정 “사랑의 진실을 보여줘서 대중들에게 각인을 시키고 싶어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황석정을 만났다. 2015년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와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환상적인 존재감을 선보였던 그는 올해 영화 ‘순정’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다윗과 박정민이 연기한 개덕과 용수의 엄마로 출연하는 그는 신스틸러답게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를 선사했다. 그는 처음 ‘순정’의 출연을 고사했다가 여운이 남는 정서 덕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부산에서도 강과 바다가 모이는 곳에 살았어요. 항상 갯벌에 낙조가 아름다웠고 철새가 있었죠. 기억에 남는 게 항상 남자들은 술 마시고 엄마들은 애 업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왜 남자는 저렇지, 여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주위 환경은 항상 여자들이 억척스러웠거든요.”

그런 기억 속에서 황석정은 ‘순정’의 개덕엄마를 찾아냈다. 남편없이 두 아들을 키웠을 역할에 사실성을 불어넣은 건 어쩌면 그의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섬사람들의 따듯함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엄마들을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역할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보니 거기 계신 모든 분들이 다들 주민 같고 아버지 같았어요. 다른 배우들도 주민들과 하나돼더라구요. ‘순정’이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그 인물들이 거기서 살았던 거 같은 그 뿌리가 약했으면 어려웠을 텐데… 선배 배우들이 중심을 잡아줬어요. 주민분들도 많이 나왔어요. 워낙 잘하셔서 다들 잘 모르셨겠지만.”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만 했다. 능숙한 서울말은 그동안 서울 생활이 길어지다보니 익혔단다. 황석정은 전라도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꾸준히 주민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투리는 환경에 따른 언어를 이해해야 해요. 단순히 언어가 있는 게 아니라 환경이 사람들의 기질을 만드는 거고 그게 그 지역만의 리듬을 만듭니다. 전라도와 경상도는 기질이 많이 달라서 힘들었어요. 전 사투리를 음악으로 생각하면서 연습했어요. 성조, 자음과 모음 사용 등을 파악해야 했죠. 사투리와 친밀해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 주민분들하고 계속 대화했어요. 물론 찍을 때는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찍고요.(웃음)”

2015년을 바삐 보낸 황석정은 최근 연극 ‘날 보러 와요’에서도 출연하며 무대 연기를 다시금 보여줬다. 본디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으로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는 이번 ‘날 보러 와요’ 공연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무대를 그리워했는지 깨달았단다.

“‘날 보러 와요’는 했었던 작품이고 장면이 짧으니 출연했죠. 해보니 너무 좋았어요. 사실 자주하기는 어렵거든요. 모이면 두 달에서 여섯 달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그게 쉽지 않아요. 연극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영화는 카메라를 통해 전달하는 거니까 그 많은 부분을 더 상세화해서 자기역할에 집중하는 과정이 필요하구요”

황석정은 ‘순정’에서도 그렇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순정’에서 공개한 ‘개덕 가족 사진’을 찍을 때도 가족처럼 보일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세 배우가 모이고 보니 정말로 가족 같아서 신기했다고 털어놨다.

“두 배우 다 참 재능이 많아요. 셋이 모여서 가족사진을 찍는데 각기 캐릭터가 있으면서도 겉보기엔 묘하게 비슷하더라구요. 사실 영화 속에서도 같이 뭔가를 하는 장면은 별로 없어요. 때리고 패는 장면이 많지.(웃음)”

그는 이다윗, 박정민말고도 함께 출연하는 도경수, 김소현, 연준석, 주다영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들의 태도를 “‘순정’이란 단어를 다섯 배우들에게 붙여줘야할 정도였어요”라며 전했다.

“저는 선배라는 생각을 안 해요. 그런게 있어서도 안 되고. 이 친구들이 다들 성실하고 훌륭해서 오히려 배울 때가 많은 걸요. 다섯 배우가 다 욕심이 있었어요. ‘내 역할을 잘해서 영화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누구 하나 돋보이려는 욕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잘 화합하는 장면이 나온 거 같아요.”

황석정은 ‘나 혼자 산다’에 나왔던 만큼 사랑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그는 중년의 사랑도 언젠가 진지하게 다뤄지길 바란다며 그런 영화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랑의 방식이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 똑같아요. 범실처럼 순정적으로 사랑할 수도 있고. 더 애틋할 수도 있고. 그래서 저는 언젠가 나이 분들의 로맨스가 제대로 다뤄졌으면 좋겠어요. 그분들의 설렘은 희화화되는 게 싫어요. 나이와 상관없는 사랑의 진실을 보여줘서 대중들에게 각인을 시키고 싶어요.”
이슈팀 이슈팀기자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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