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복습하기①] ‘#OscarsSoWhite’…‘백인잔치’ 논란 오스카, 동양인 비하로도 ‘시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백인이 아니면 모두 흑인이다?”

지난 29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종차별 문제로 여전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시작 전부터 ‘백인잔치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한 흑인들을 옹호하면서 벌어진 ‘또 다른 인종차별’ 때문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은 흑인이자 배우 겸 코미디언인 크리스 록은 “흑인들의 불참도 이어졌고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라고 말하는 등 몇 차례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실제로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백인 배우만이 남여 주ㆍ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뿐, 흑인이나 동양인 등은 얼굴을 내비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새뮤얼 잭슨, 아드리스 엘바, 마이클 B 조던, 윌 스미스 등 흑인배우들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트로피 주인들만 따져봐도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의 면면이 드러난다. 아카데미 역사 88년간 흑인 배우가 가져간 주연상 트로피는 고작 5개. 남우주연상으로는 ‘야생 백합’(1963)의 시드니 포이티어, ‘트레이닝 데이’(2001)의 덴젤 워싱턴, ‘레이’(2004)의 제이미 폭스, ‘라스트 킹’(2006)의 포레스트 휘태커 등 4명이, 여우주연상에는 ’몬스터 볼’(2001)의 할리 베리가 유일한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듯 아카데미 주최측은 시상식에서 다양한 인종을 무대 위로 등장시켰다. 아시아계 어린이 3명도 무대 위에 올랐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 번의 실축이 발생한 것.

‘백인잔치’를 비판하기 위해 작정하고 나온 듯했던 사회자 크리스 록이 이 어린이들을 “미래의 훌륭한 회계사가 될 아이들이다”라고 소개하면서 빈축을 샀다. 이어 “가장 헌신적이고 근면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크리스 록의 이같은 발언은 ‘수학에 뛰어난 부지런한 노동자’라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떠오르게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록은 “이 농담이 불편한 사람은 이 아이들이 만든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하라”고 말을 이었다. 이는 아동 노동착취를 상기시키면서 비판 여론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아시아계 미국인 인권단체 대표인 미 마우마는 시상식 다음날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어젯밤의 시상식, 특히 아시아계 어린이들과 관련된 농담은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을 둘러싼 치명적인 고정관념을 드러냈다”며 “미국의 인종이 흑인과 백인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jinle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