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복습하기②] 레오나르도의 ‘지구’, 이냐리투의 ‘머리카락’…이색 수상소감 열전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인종차별 논란 등 씁쓸한 뒷말도 남겼지만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말잔치’도 풍성했다.

‘4전 5기’ 끝에 오스카를 품에 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수상 여부를 향했던 대중의 관심에 화답하기보다 ‘소신발언’을 택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고 무대에 오른 그는 “영화 ‘레버넌트’를 제작하는 과정은 사람이 자연과 호흡하는 과정이었다”고 운을 뗐다. 

[사진=오스카 공식홈페이지]

그가 주연으로 열연한 ‘레버넌트’는 미국의 광활한 중서부의 대자연과 혹독한 기후를 배경으로 복수를 위해 생존하는 한 남자에 대한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어 “영화를 촬영하던 2015년은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한 해였다”라며 “눈이 있는 곳을 찾고자 남쪽 끝으로 내려가야만 했다”라고 촬영 비화를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인류 모두가 다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상소감을 마쳤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지구 사랑’은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2000년 영화 ‘비치’ 촬영 당시 제작진이 영화 촬영을 위해 해변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은 일을 계기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재단’을 설립하면서 환경 운동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지난 2014년 UN으로부터 ‘평화사절’로 지명되기도 했다.

같은 영화로 감독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수상 소감도 주목을 끌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잔치’라는 비판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었다. 

[사진=오스카 공식홈페이지]

그는 “아직도 피부색 때문에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멕시코 출신인)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어 그의 아버지의 말을 인용하며 “피부색이라는 것이 우리의 머리카락 길이만큼이나 의미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유일한 유색인종이었다.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제87회)에 이어 ‘레버넌트’로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jinle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