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과 커플로 ‘님과 함께2’ 띄운 수훈갑
가모장제의 묘한 비교, 재미나게 표출
동창 딸 “이 프로 대세야”에 인기 실감
JTBC ‘님과 함께-최고의 사랑’은 시효가 다 돼가고 있었다. 안문숙·김범수 커플이 나올 때는 괜찮았지만, 기욤·송민서 커플이 출연할 때는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그 때에 들어간 커플이 윤정수·김숙 커플이다. 그런데도 터졌다. 프로그램은 다시 살아났다. 이어 허경환·오나미 커플이 투입돼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다.
‘님과 함께2’의 성공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치열한 분석에서 비롯됐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8년이 다 돼가면서 무엇이 많이 소비되고 결핍됐는지를 파악했다.
‘우결’은 선남선녀가 서로 좋아하는 척 하는 프로그램이다. 허구한 날 이벤트에 서로 좋아할만한 소리만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샤방샤방함은 좋지만 가식과 연기는 짜증을 수반할 때도 있다. ‘님과 함께’는 이 지점을 비틀어 버렸다.
윤정수 김숙 커플은 아예 대놓고 쇼윈도 커플임을 표방하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한다. 그래서 현실적인 커플이 됐다.
허경환 오나미 커플은 여자가 남자를 좋다고 따라다니고, 남자는 여자의 스킨십을 두려워 하며 도망다닌다.
윤정수는 김숙과 함께 JTBC ‘님과 함께 2’를 띄운 수훈갑이다.‘ 진짜 사나이‘ 출연, CF 촬영 등으로 뒤늦게 잘 나간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윤정수(44)는 김숙과 함께 ‘님과 함께’를 띄운 수훈갑이다. ‘진짜 사나이’출연, CF 촬영 등으로 뒤늦게 잘 나가는 윤정수를 만났다.
“성치경 CP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한 이야기가 가식적인 걸 벗어나야 한다, 최대한 리얼해야 한다였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원칙이 있으면 되니까. 나는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한다고 하기 힘들다. ‘우결’에서는 괴로울 수 있는 부분이다. 적어도 본인 생각이 묻어나있는 대답은 해야 하니까.”
윤정수는 리얼하고 가식 없도록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여성 리스트를 제작진에게 뽑아주었다. 그리고 첫 녹화에 나갔다.
“개그맨이 입만 가지고 가면 되는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고 하면서도 좀 신경 썼다. 김숙 입장에서도 생각해봤다. 40년간 살아오면서 비슷한 직업의 남자를 만나고 싶을까? 선배로서는 좋겠지만, 이성으로서는 차원이 다르다. 그 친구 입장에서도 걱정과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내가 고개를 숙였다. 숙이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끌고 갈까 말까 하는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막다른 길에 있었다. 겨우 파산에서 일어났다. 이 프로그램 4주면 끝이다. 망했다. 어떡하지?”
윤정수는 연기자는 할 수 없었다. 웃음이 많고 낯간지러운 상황을 못참기 때문이다. 뮤지컬도 가까이서 못본다. 앉아서 버티지 못한다.
“나는 숙이에게 싫다고 말했다. 후배로는 좋아하지만, 여자로는 싫다. 그러니 네가 나가라, 너는 고정 프로가 있지만, 나는 돈을 벌어야 된다고 했다. 숙이가 ‘오빠 안돼’라고 했다. 그럼 선을 넘지 않는 커플, 쇼윈도커플, 계약커플이다. 부모님(JTBC)을 실망시켜드리지 말자. 부모에게 재산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윤정수는 한국 사람, 한국 가정과 자신(커플)이 묘한 비교와 대조점이 있다고 했다. 그 지점이 재미나게 표출되고 있다는 거다.
“한국 사람은 가식도 있고 자신을 감추는 것도 있다. 남에게 피해를 안주려고 하고 자기 것은 감춘다. 우리는 정반대다. 마음에 안들면 안든다고 한다. 거짓인지 아닌지 모르는 다른 프로그램 보다는, 거짓 없는 커플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김숙이 나한테 함부로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그런데 김숙이 무례하다고 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웃음). 그것도 처음 잠깐만이었다.”
윤정수는 이 지점에서 한국 여성들의 삶을 생각해봤다고 한다. “30~40대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길래, ‘갓숙’하며 대리만족을 느낄까? 여성 시청자들이 나를 통해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윤정수는 가모장제를 구현하고 있는 김숙에 대해 크게 칭찬했다.
“나도 6개월이 되니 프로그램에 많이 녹아들었다. 숙이는 아끼는 후배이고, 이성이라기 보다는 여동생 느낌이다. 여동생이 오빠에게 쟁알쟁알 하는 거다. 이성 느낌이라면 언젠가는 싫증도 나고 화도 낼 수 있겠지만 여동생이라 쉽게 받아줄 수 있다. 나는 금전적으로도 위축돼 있다. 숙이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많이 벌었다. 숙니는 언어의 유희가 상당히 뛰어나다. 우리가 40살이 넘지 않았다면 그런 식으로 받아내지 못한다. 제법 살아본 사람들은 웬만해선 분노하지 않는다. ‘또 시작이다’고 한다. 우리는 40~50대 부부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빙의해서 한다. 내 동창 딸(고2)이 ‘이게(님과 함께) 대세야’라고 말했다고 해 기분이 좋았다. 다른 파트너를 만났으면 이렇게 안됐을 것이다. 몇번 녹화 해보면 안다. 그래서 김숙에게 고맙다. 김숙을 이성으로 안보는 것 뿐이지, 같이 생활하기는 최고의 파트너다. 그래서 오래된 부부관계가 나온다. 다시 태어나도 결혼할래 하면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흐흐흐….”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