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밑그림을 그리고 20여 년 동안이나 제작을 맡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프로듀서 켄 목(Ken Mokㆍ56)이다. 그는 ‘도전 슈퍼모델’ 이외에도 ‘메이드 인 더 유에스에이(Made in the USA)’, ‘푸시캣돌스 프레즌트(Pussycat Dolls Present)’ 등 TV 프로그램을 만든 대표적인 아시아계 미국인 제작자다.
[사진=언니네홍보사 제공] |
그가 이번에는 전설적인 여성 CEO 조이 망가노의 실화를 그린 영화 ‘조이’(감독 데이비드 O. 러셀)를 들고 돌아왔다. 2일 영화 홍보차 내한한 그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났다.
오는 10일 국내 개봉을 앞둔 ‘조이’는 전형적인 20세기 ‘아메리칸 드림’ 이야기다. 이혼한 남편을 지하에 데리고 사는 ‘싱글맘’ 조이(제니퍼 로렌스)가 잊고 살던 발명가의 소질을 되살려 내곤 미국 홈쇼핑 역사상 최대 히트 상품을 발명하면서 수십 억불 대의 기업가로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실화다.
켄 목은 10여 년 전 ‘메이드 인 더 유에스에이’ 프로그램 제작 당시 ‘조이’의 실제 주인공인 조이 망가노를 만났다. 미국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조이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켄 목은 그와 식사를 하면서 조이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조이는 가난한 싱글맘이었지만 어느날 ‘미라클 몹’을 발명하게 되고, 홈쇼핑에 나가서 완판을 했죠. 그러고 난 후 지금까지 성공해 온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와 이건 영화 소재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본을 만들기 시작했고, 20세기 폭스에서 관심을 가졌고, 데이비드(감독)가 연출을 맡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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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세로 접어든 조이 망가노는 이 영화를 보고 “압도당했다(Overwhelmed)”라고 말했다고 켄 목은 전했다. 그는 “조이가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다고 영화에도 만족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제작한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들은 하나의 커다란 ‘성공신화’ 시리즈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대표작인 ‘도전 슈퍼모델’도 스타의 탄생 스토리지만, 그가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했던 영화 ‘인빈시블’도 미식축구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빈스 퍼페일 선수의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조이’의 인생역전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그가 ‘성공신화’에 유달리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켄 목은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고 ‘잔이 반 비었구나’가 아니라 ‘반 차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라면서 “그래서 앞으로도 내가 ‘워킹데드’ 같은 시리즈나 공포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못 볼 것”이라고 했다.
그의 다음 영화도 이같은 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NFL 사상 최초의 흑인 쿼터백으로 활약한 제임스 해리슨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 제작을 검토 중이다. 주연에 테렌스 하워드, 감독에 안소니 헤밍웨이가 물망에 올라 있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좋아한다”라면서 “각본 짜여진 것보다 즉흥적으로 작업했던 배경이 있기 때문에 실감나고 설득력 있는 실화를 영화로 제작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켄 목의 아내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혜리(51ㆍ여) 씨다. 그도 같은날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서 최근 출간된 에세이집 ‘아들이 있는 풍경(In the Absence of Sun)’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에 사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탈북한 자신의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해 이 여정을 담은 에세이집을 펴냈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탈북자의 현실을 미국 내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켄 목은 아내의 책을 언급하며 “지금 이 호텔 바로 옆 방에서 아내도 자신의 책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라며 “굉장하지 않느냐, 우연일 뿐이다(It’s crazy, right, It’s just a coincident)”라고 말해 웃음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