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SBS에선 안되던 ‘태후‘, KBS에선 가능했던 까닭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KBS 2TV ‘태양의 후예’가 5회만에 시청률 27.4%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꿈의 시청률‘이 된 주중드라마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무서운 기세다. 토요일 오후에 하는 재방송 시청률도 12%대다. 잘 나가는 드라마도 재방 시청률은 7~8%대다. 본방 광고는 싹쓸이, 재방 광고도 완판 직전이다.

남자들도 ‘송중기‘에게 빠져드는데, 여성들은 어떻겠는가? ‘남자 주인공,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겁니까’ 라고 김은숙 작가에게 묻고 싶다.

‘태양의 후예’는 오글거리고 유치한데도 계속 보고 싶다는 게 시청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사람이 죽어나갈 수도 있는 분쟁지역의 무거움을 김은숙 작가가 경쾌하고 감각적인 터치로 덜어내기 때문이다. 연예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은 점점 오글거리는 김은숙체로 변해간다. “방송사고 인가요? 왜 드라마가 10분밖에 안하죠?” “이쁜이 나와라 오바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일일드라마 안되겠습니까?”


‘태양의 후예’를 두고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김은숙작가 드라마가 주로 방송되던 SBS에서는 왜 포기했냐 부터 시작해 갖가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다소 복잡하다.

드라마 제작의 전반적인 이야기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우선 단편적인 이유부터 보겠다. SBS는 드라마를 제작할 때 투입 대 산출, 즉 가성비를 중요시한다. 60~70분짜리 드라마 광고를 완판해도 매출이 3억 조금 넘는다. 그런데 ‘태후‘는 이 시스템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있다. 회당 제작비로 10억 이상을 제시하니, 아무리 성공 확률이 높아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PPL로도 보충이 안되는 제작규모였다. ‘시그널’은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데다 지금보다 완성도가 낮았으며 김혜수가 캐스팅되기 전이라 거절했고, ‘태후‘는 제작비 지출 문제로 거절한 것이다.

‘태후’는 수익구조가 지상파 내수체제로 돼 있지 않다. SBS는 회당 제작비가 6억에 가까운 ‘육룡이 나르샤‘ 제작 결정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태후’가 해외를 겨냥한 대작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결정을 못내렸다.

그렇다면 KBS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KBS는 주말드라마는 괜찮지만 주중드라마가 극도로 침체에 빠져있었다. 결과적으로 KBS는 ‘태후’ 하나로 기사회생 했고, 방송국들에게 대작(블록버스터) 경쟁을 야기시켰다.

공영방송 KBS라고 제작비를 선뜻 내놓을 수 잇는 건 아니다. 처음보다 제작비의 거품을 빼 최종적으로 실 제작비 130억원,회당 제작비는 미술비를 포함해 8억1천만원 정도다. 아무리 다급해진 상태라 해도 KBS가 이를 다 부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영화제작배급사 NEW와 제작비를 분담했다. NEW와 KBS 제작비 부담은 7대 3 정도다. ‘태후‘가 애초에 광고수익 극대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콘텐츠 순이익의 전액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문전사를 세워 수익의 30% 정도를 회수하게 했다. 그러니 ‘태후’는 KBS와 NEW의 공동제작이다. KBS로서는 회당제작비 2억4천여만원밖에 들이지 않고, 제작이 가능하게 된 이유다. NEW에는 중국 자본이 들어가 있어 중화권 마케팅이 유리하다.

‘태후’는 앞으로도 수익이 더 발생하겠지만,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광고수익을 뺀 총수익은 145억, 순이익 15억 정도는 이미 확보해 있는 상태다.

‘태후‘ 같은 드라마는 높은 제작비만 부담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장기 프로젝트다. 6개월 이상 걸리는 사전제작이다. 배우들의 여름과 겨울 옷차림이 동시에 나온다. 그림이 달라진다.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거의 무비드라마라고 봐야 한다. 윤미래의 노래가 ‘whenever, wherever you are~‘하고 나올 때, 그 그림을 보면 몰입이 안될 수 없다. 음악에 영상을 입히는 전략은 뮤직비디오보다 더 정교하다. 쪽대본으로 생방에 가까운 촬영에서는 어림도 없다. 단기승부를 노려서는 안된다. 막장드라마는 전형적인 단기 승부다. 이제 막장드라마는 드라마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드라마 제작은 규모가 중요해졌다. 국내만 바라보면 답이 안나온다. 물론 소소한 드라마도 제작되어야 겠지만, 해외 투자를 받고 내수를 넘어 해외까지 겨냥해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상의 ‘합작’이 필요하다.

김은숙 작가나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미 협업 집단 제작방식의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말 그대로 팀제이며, 공장시스템이다. ‘태후‘에서 젊은 배우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생생한 언어를 바탕으로 한다. 이건 김은숙 작가의 머리에서만 나올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근간으로 김은숙 작가의 오글거리며, 감각적인 대사가 입혀지게 된다. 과거 도제식 작가시스템으로는 우선 캐릭터의 다양성, 현재성에서 뒤지게 된다. 작가 혼자 하는 시스템에서는 많은 인물들이 말하는 방식이 거의 같아진다.

‘태후‘의 성공 사례는 드라마 제작 관행을 바꾸게 된다. 미국드라마나, 영화 제작하듯이 드라마가 제작된다, 이미 Tvn에서

우리만의 기존 제작관행을 깨기 시작했다. KBS가 전쟁을 본격 점화시켰다. 이 헤게모니를 누가 잡을 것인가? 치열한 드라마 전쟁은 시작됐다. 이 기회를 놓친 자는 ‘위기’에 빠진다. 가만히 있으면 콘텐츠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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