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우리가 왜 그 책임을 져야 하나요”건물주 뿔났다

photo-14-web
LA시에서 심은 가로수의 뿌리로 인해 굴곡이 생긴 보행로의 모습
DN07-SIDEWALK-MB
뿌리로 인해 들린 보행로 위를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retaining-wall-disrepair-251
도로 균열로 건물 외벽 일부가 내려 앉으면서 심하게 손상돼 있다.

“아니 우리가 왜 그 책임을 져야 하나요”

LA시와 건물주간 갈등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바로 파손된 보행도로의 보수 책임 의무 때문이다.

양 측의 갈등은 지난해 5월 LA시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당시 LA시는 ‘LA시에서 파손된 보행도로는 인근에 접해있는 건물주가 책임지고 보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물주들이 즉각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건물주들은 “LA시의 경우 1만마일에 달하는 보행도로 중 42%가 망가져 있다”며 “특히 도로 파손의 절대적인 이유는 시가 심은 가로수 뿌리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이를 이제 와서 건물주나 집주인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력 반발했다.

잠시 주춤했던 LA시는 지난 14일 일종의 ‘절충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내용인 즉 “현재 파손돼 있는 보행도로는 시가 우선 보수하겠다. 단 이후 부터는 인접된 건물주가 보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주법은 인접한 보행도로가 파손될 경우, 건물주나 집주인에게 보수 책임을 지우고 있으며 전국 대다수 도시들 역시 파손된 보행도로는 인접해 있는 건물주와 집 주인에게 보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LA만큼은 예외다. LA시는 지난 1970년대 나무 뿌리로 인해 보행로가 파손되면 연방정부 지원 예산으로 보수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적용했다.LA시 보행로 회손의 절대적 원인이 시정부가 심은 가로수 때문임을 인정한 조항이다. LA시가 심은 가로수들은 그 특성상 뿌리가 아래로 파고 들지 않고 옆으로 퍼지며 이것이 곧 도로 균열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LA시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이 예외조항을 없애려 하고 있다. LA시는 이미 가주 장애인 단체들과 향후 30년 동안 14억 달러 규모의 도로보수를 하기로 장애인 단체 측과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장애인들이 쇼핑센터·극장·공원 등에 가기 어렵다며 주정부와 LA 시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단체는 LA시정부가 못쓰게 된 보행도로를 방치, 장애인들이 음식점·공원·쇼핑센터·극장 등 공공편의 시설에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LA시는 결국 합의를 통해 도로 보수를 보장했다. LA시는 지금까지는 연방 예산 지원으로 도로 보수를 해왔지만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이 끊긴 만큼 이번 조항을 통해 도로 보수 책임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LA시는 건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 하기 위한 당근도 마련했다. LA시는 “만일 건물주가 프로그램 시작 후 3년안에 시보다 먼저 보행로를 보수할 경우 보수비의 절반을 지급하고 공사를 위한 퍼밋 신청비를 면제해 줄 것이다. 또 사전 공사를 실시하는 건물주에게는 20년간의 워런티(상업용은 5년)를 보장하겠다. 이 기간안에 다시 보수가 필요하게 되면 그 때는 시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라고 약속하며 건물주들을 독려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가주법이나 기타 대도시에서 그렇듯 건물주나 집주인이 보행로 보수를 책임져야하는게 마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쉽게 생각할 부분이 아니다. 특히 건물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도로를 보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물주나 집주인이 도로 보수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하자. 이는 곧 이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된다. 예를 들어 행인이 인도를 걸어가다 넘어져 부상을 당하게 되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청이 가로수 선정을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해 왔기 때문에 모든 사고 책임을 시가 져왔다. 만일 이번 조례가 통과되면 인도나 가로수에 인접한 건물 소유주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줄이을 것이 뻔하며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건물주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한 한인 건물주는 “우선 보행로 정비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인지가 관건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건물주라고 여유 자금이 많은게 아니다. 만약 단 1번 정비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에 이에 따른 각종 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특히 보행로 파손의 주요원인이 시에 있다고 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항은 이미 2개의 시의회 위원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곧 시의회에서 투표에 부쳐지게 된다. 만일 시의회를 통과해 시장 승인까지 마치면 오는 7월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