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낯간지러운 이런 대사들을 송중기와 송혜교가 하면 괜찮다. 김은숙 작가의 로맨틱 멜로는 늘 이런 식으로 진행돼왔다. 박신양부터 현빈, 장동건, 이민호까지 우월한 비주얼들이 그런 대사를 함으로써 김은숙표 판타지 트렌디물을 완성시켜나갔다.
그런데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재난분쟁지역이라는 공간이 주는 효과다.
강한 지진이 일어난 공간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남녀가 사랑을 하는데,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대사를 할 수는 없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은 대부분 파리의 연인급 대사를 리메이크 또는 표현을 바꾼 사랑의 대사로 채워도 상관없다. 하지만 ‘태후’에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재난로맨스가 주는 강력한 힘이 생겼다.
이미 6회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치료에 여념이 없는 강모연(송혜교)이 신고 있는 작업화의 끈을 묶어주며 나눈 짧은대사(“옆에 있어주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몸조심해요” “대위님도요”)로 강렬하면서도 큰 의미를 남겼다.
그런데 7회에서는 송중기가 구조중 당한 자신의 어깨부상을 치료해주는 송혜교에게 “강선생이 이 현장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함께 싸워줘 고마웠습니다”라고 한 후 “되게 보고 싶던데. 무슨 짓을 해도 생각나던데. 몸도 굴리고 애도 쓰고 술도 마시고 다 해봤는데, 그래도 너무 보고 싶던데”라고 말하며 진도를단숨에 다 뽑아버렸다. 이 대사를 할 때는 치료를 받던 송중기가 송혜교와 눈을 마주치지 않게 작가가 배려(?)해주었다.
윤명주 중위(김지원)가 서대영 상사(진구)에게 “다치지 마십시요. 명령입니다“라고 간단하게 말하지만 많은 함축이 담겨있음도 알 수 있었다.
송중기가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한 말이지만, 드라마에서자주 나오는 의사보다 군인이라는 캐릭터가 더 신선했다.
‘진짜사나이‘에 갔다오면 출연자들 사이에 드라마 몇 편을 해놓고도 별로 친해지지 않는 전우애(?)가 생긴다. 여자특집을하고나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예비역으로서의 번개 모임을 자주 갖는다.
‘태양의 후예’도 분쟁지역, 군인이라는 신분이 주는 효과가 강하다. 동성간에도 브로맨스 등 우정을 비롯한 강력한 연대감이 생긴다.
‘태양의 후예‘를 두고 군국주의니,‘국뽕’(국가 히로뽕)이니 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유시진 대위가 군인이 되는 주된 이유는 개인적인 신념, 즉 노인, 여성,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유시진은 김은숙이 만들어낸 판타지화된 남성일 뿐이다.(여성들이 연해하고픈 히어로가 될 수 있도록)
하지만 사람이 죽어나갈 수 있는 분쟁지역(우크라)에서 사람을 구하면서 나누는 송중기와 송혜교의 사랑은 간혹 숭고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휴머니즘을 떠올린다. 16일 방송에서 2명의 요구조자중 한 명밖에 살릴 수 없을 때 구조자(의사 군인)는 어떤 선택을 할지를 물을 때는 ‘철학적 명제’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이런 힘든 상황과 고비를 함께 헤쳐 나가며 서로에 대한 마음이 한층 더 깊어졌다. 그러다 서로를 생각하며 의지한다. 함께 환자를 구하고, 살리며 힘들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사랑이었다. ‘재난 로맨스‘가 발휘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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