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청춘들의 너무 아픈 성장통

류준열·지수 등 영화 ‘글로리데이’서 케미 기대

몰입해서 보고 있자면 괴로워지는 영화가 있다. 행복한 이들의 행복한 한때가 와장창 깨지는 순간을 담아낸 영화들이 그렇다. 무엇이 저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지고 계속해서 한숨이 나온다.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그런 영화다. 젊어서 행복하던 청춘들의 ‘영광의 날’이 한순간 ‘최악의 날’이 되어버린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스무살이 된 용비(지수),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은 집안 사정상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해병대에 입대하기로 한 상우(김준면)와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재수생이 되어 집안에 ‘감금’된 지공은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탈출하고, 아빠가 감독인 대학 야구부에서 훈련을 받던 두만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담을 넘는다. 굴러가는 것조차 신기한 작은 봉고차를 끌고 내비게이션 없이 포항까지. 바닷가에서 한바탕 논 친구들은 ‘청춘치킨’에서 ‘치맥’을 먹는다. 이들을 말한다. “그런데 벌써 군대를 갈 수 있어?” “어른이잖아.” “어른이니까 지금 이렇게 당당히 (술집에서) 자리 차지하고 있잖아.”


운전면허를 딸 수 있고, 군대에 갈 수 있고, 합법적으로 술을 사 마실 수 있는 나이. 이들이 말하는 어른의 모습이란 이토록 귀엽고 단순한 것들이었다. 한 여자가 남자에게 죽도록 맞고 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도 정의로운 어른이기 위해서였다. 때리는 남자를 말리고 살려달라는 여자를 도망치게 보내줬다.

그런데 시비가 붙었던 그 남자가 죽어서 발견됐다. 남자에게 맞고 있던 여자는 경찰서에 와서 “저 아이들이 남편을 죽였다”고 말한다. 상우는 도망치다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다. 모든 게 망가져 버렸다.

처음엔 “우리가 죽이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를 내던 친구들도 점점 빠져나갈 수 없는 압박감에 서로를 탓하기 시작한다.

한달음에 온 부모들은 “이대로는 네 미래도 끝이다”라며 혼자만 빠져나올 것을 설득한다. 처리해야 할 사건이 17개나 남은 바쁜 경찰은 “누가 죽였는지만 말하라”고 재촉한다.

부모도, 경찰도, 심지어는 맞고 있던 것을 도와줬던 여자도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이다. 영화는 ‘아직 순진한’ 네 친구들과 ‘세상을 아는’ 어른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단편영화 ‘잔소리’, ‘염’ 등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최정열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제보자’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네 청춘배우들의 ‘케미’도 볼만하다. ‘응답하라 1988’의 정환 역으로 ‘대세 배우’가 된 류준열은 더할 나위 없이 코믹하다. 이 영화로 ‘연기돌’ 타이틀을 처음 갖게 된 김준면(엑소 수호)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치즈인더트랩’(tvN)에서 눈도장을 찍은 김희찬은 ‘글로리데이’에서도 매력적이다. 용비 역의 지수는 ‘올해 청춘스타의 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앞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앞으로 용비가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95분.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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