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개봉기②] 홈비디오 될 뻔했던 ‘수색역’의 이야기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글로리데이’, ‘커터’, ‘수색역’ 등 최근 젊은 친구들의 우정과 뒤틀림을 다룬 청춘영화 개봉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이중 31일 개봉하는 독립영화인 ‘수색역’(감독 최승연)은 제작부터 개봉까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수색역’을 검색하면 제작년도인 ‘2014’라는 숫자가 따라붙는다. 이 영화가 2016년 개봉한다. ‘시간차 개봉’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칫 ‘홈비디오’가 될 뻔했던 영화의 기적적인 부활이다.

최승연 감독이 ‘수색역’ 시나리오 작업을 마친 것은 2011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을 앞둔 때였다. 2012년부터는 시나리오를 알리려 여러 제작사와 투자사에 발품을 팔았다.

[사진=‘수색역’ 스틸컷]
[사진=‘수색역’ 스틸컷]

‘수색역’의 시나리오는 그해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에서 우수작에 당선됐다.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 매매 중개 온라인 사이트다. 시나리오는 여러 제작자에게 보여졌지만 언제 영화화가 될지 모르는 상태가 2013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수색역’은 영진위 독립제작지원작으로 선정돼 드디어 제작이 가능해졌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제작자들의 손을 떠돈 지 2년 만이었다. 2014년 10월 영화가 완성됐다.

영화는 완성됐지만 예산은 바닥이 났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영진위의 지원금으로 사운드믹싱, 색보정 등 후반작업을 가까스로 마쳤다. 개봉까지도 순탄하지 않았다. 영진위의 개봉지원작으로 선정돼 2000만원 정도의 마케팅비 지원을 받았다. 영화는 31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승연 감독은 지난 15일 시사회에서 “추운 겨울에 영화를 찍느라 고생했는데 얼마나 많은 수의 개봉관을 잡을지는 아직 모른다”라면서 “잊혀질 수 있었던 우리 영화가 개봉 지원을 받은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제작된 독립영화는 810편이지만 이 가운데 극장에서 개봉한 독립영화는 61편(7.5%)에 불과하다.

‘수색역’의 안지호 프로듀서는 “독립영화는 극장 개봉할 때 발생하는 홍보나 마케팅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라면서 “개봉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개봉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수색역’은 1990년대 후반 서울의 끝자락 수색동에 불어 온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재개발 바람을 배경으로 네 친구에게 닥친 사건을 담아낸 작품이다. 아역출신 배우 맹세창과 배우그룹 서프라이즈의 공명과 이태환, 여러 단편영화와 장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은 이진성 등이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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