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로맨틱 멜로물 시장도 있다. 있는데 수요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철 지난 상품들을 내놓았을 뿐이다.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류드라마는 보편적인 감성이라 할 수 있는 멜로물이 유리하다. 중국 등 외국여성들이 ‘송중이 상사병’에 걸리고 ‘중기 앓이‘를 한다. 드라마를 키우는 방법은 사랑을 넣는 것이다. 실제로 ‘태양의 후예’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되며 한류의 수위를 한 단계 격상시켜주고 있다.
만약 ‘태양의 후예‘에 송중기와 송혜교의 사랑이 없다면? 질문 하나 마나다. 흥미로운 것은 시청자의 멜로 반응이 극중 인물 감정보다 오히려 앞서나간다는 사실이다. 시청자들인 ‘태후‘의 멜로에 푹 빠졌다는 증거다. 송중기가 송혜교에게 얼굴만 가까이 대도 시청자들은 설레는 정도를 넘어 ‘심쿵’이다. ‘태후’ 시청자들은 멜로물중 연령대가 가장 폭넓다는 것도 특징이다.
‘태후‘는 기존 멜로물과는 다르다. 우선 공간이 다르다. 낭만적인 공간이 제공하는 달달한 멜로는 아니다. 재난지역이라는 무거운 공간인데, 오히려 극성을 살려준다.
사랑은 남녀가 매일 같이 만나 데이트를 하며 달달한 시간을 보내는 사랑도 있지만, 데이트를 하기 시작 하다 남자가 갑자기 헬기를 타고 어디론가 가야하는 사랑도 있다. ‘태후’는 물론 후자다.
여성은 데이트할 시간이 부족해도 자신의 일에 빠져있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랑의 감정도 더 많이 생긴다고 한다. 송중기(유시진 대위)와 진구(서대영 상사) 같은 남자를 어찌 여성들이 안좋아할 수가 있을까.
송중기는 연애하고 싶어지는 영웅이고 진구는 바위같은 듬직한 군인이다. 물론 여기에는 군인 남편을 두면 이사를 자주 해야한다는 등의 현실적 고민은 없다. 그러니까 판타지 멜로다.
강진으로 사람들이 지하에 깔려 있는 재난 분쟁지역(우크라)에서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송중기와 송혜교의 모습에서는 간혹 숭고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휴머니즘을 떠올린다. 16일 방송에서 2명의 요구조자중 한 명밖에 살릴 수 없을 때 구조자(의사 군인)는 어떤 선택을 할지를 물을 때는 이미 ‘철학’이다.
사상, 인종, 종교를 초월해 구조가 필요한 사람은 구해내는 이들에게서 보여지는 숭고함은 예술이 줄 수 있는 의미있는 효용가치다. 그들이 살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묵념하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런 긴박한 공간에 연애하고 있는 남녀를 두 커플이나넣어둔다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 자칫 ”저 친구들, 한가한 짓 하는 거 아냐“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생존자 한 명까지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하며 서로 의지한다. 송혜교는 송중기에게 “진짜로 대위님이 죽을까봐 되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내 일에는 내가 안 죽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힘든 상황과 고비를 함께 헤쳐 나가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마음이 한층 더 깊어지고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