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0월 영화제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 벨’의 상영을 취소할 것을 집행위원회 측에 요구했다. “영화제 발전을 위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영화제 측은 “상영작 선정은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고유 권한이며 누구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를 거부했다.
부산시는 이듬해 1월부터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영화인들은 2월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부산시에 반대 뜻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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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 대한 압박은 재정지원 삭감으로도 나타났다. 2015년 5월 영화진흥위원회는 부산국제영화제 국비지원금을 45.2%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영화제에서 14억6000만원이었던 국비 지원금을 2015년에는 6억6000만원을 삭감한 8억원으로 책정했다. 영화인들은 실질적인 정치적 보복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9월에는 영화제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또 한 번 역풍을 맞았다. 감사원은 2014년 말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이뤄진 영화제 측의 협찬금 중개 수수료 편법 지급 등을 적발해 부산시에 고발 처분을 권고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전ㆍ현직 사무국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영화제 측은 “회계상 실수일 뿐 임의적인 부정지급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올해 1월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하고 영화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서병수 시장은 2월18일 부산시장 당연직인 조직위원장 자리를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임기가 만료돼 자동 해촉 수순을 밟았다.
집행위원회 측은 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관개정을 통해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원칙을 명문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정관개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요구하고 지난달 자문위원 68인을 신규 위촉했다.
부산시는 이에 신규 위촉한 68인이 영화제가 진행되는 부산시가 아닌 수도권 영화인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부산시의 가처분신청은 영화제 측의 정관개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오후 부산지법 민사14부(박종훈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이 열렸다. 재판부는 20분여만에 만에 첫 심리를 끝내며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영화제 측이 위촉한 68인의 자문위원단이 해촉돼 사실상 영화제의 정관개정 시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며칠 안에 이뤄질 2차 심리를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법원에서 자문위원단을 해촉하라고 결정하게 되면 임시총회를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고 밝혔다.
21일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대안영화제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장소를 부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것이 아니라 부산영화가 최초에 그랬듯이, 부산시민과 영화인들이 아름답게 기억하는 소박한 영화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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