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중국 등 아시아로 확산된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가 음원차트를 점령해버렸다. 최근 멜론 차트를 봤더니 다비치, 거미, 매드클라운 김나영, 케이윌, 첸 펀치, 윤미래의 노래, 다시 말해 ‘태후’ OST가 1~6위까지 모두 차지해버렸다. 이 드라마가 한중 동시 방송이다 보니 여기서 선보인 노래들은 중국에서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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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이어 7위는 마마무의 ‘넌 is 뭔들’, 8위는 장범준의 ‘그녀가 곁에 없다면’, 9위는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10위는 이하이의 ‘한숨’, 11위는 엠씨 더 맥스의 ‘어디에도’가 차례로 랭크돼 있다. 만약 ‘태양의 후예’가 방송되지 않았다면 7~11위가 1~5위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과거에도 음악 외의 방식을 동원해 음악소비를 촉진시키는 예는 얼마든지 있었다. ‘투헤븐’ 등 조성모의 드라마타이즈드 뮤직비디오는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며 음악의 인기를 치솟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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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는 음악예능이 큰 몫을 차지했다. 가수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노래를 조금 들려주고, 노래를 홍보하는 토크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음악예능을 통해 한 곡 전체가 오롯이 부각된 노래는 음원을 공개하면 큰 반응이 나왔다. ‘나는 가수다’나 ‘무한도전 가요제’가 음원이 풀리면 거의 음원차트를 ‘올킬’하곤 했다.
이제 그게 드라마 OST로 옮겨갈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도 드라마 OST로 큰 인기를 얻은 노래가 있었지만, 음원차트 정상에 오른 노래는 1~2곡 정도였다. ‘태양의 후예’는 노래 전체가 음원차트 줄세우기를 하는 퍼펙트 올킬이다.
이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OST를 부른 사람들도 똑같은 가수들이다. 하지만 공정경쟁이라는 운영의 묘가 가미되어야 한다.
‘무도 가요제’ 같은 음악예능에 선보인 노래는 일반 음악프로그램에서 불려진 노래보다 효과가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이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무도 가요제에서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접근권이 모든 기획사에 열려있으면 된다.
드라마 OST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테마와 어울리는 노래를 가지고 있다거나 거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들이 자유롭게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필수적인 사안이다. 현재 드라마OST를 부르는 가수가 이승철, 백지영, 신승훈, 김범수, 김연우, 린 등 그리 많지 않은데,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만약 힘 있는 음반제작자가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의 간부를 만나 OST를 독식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특히 ‘태양의 후예’처럼 사전제작에다 높은 제작비로 완성도를 높인 드라마의 경우 OST가 가수들에게 열린 기회의 공간이어야 한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오는 노래의 마케팅 루트나 방식이 다양해진 지 오래다. ‘뮤직뱅크’ 등 음악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만 하면 히트하는 시절은 한참 지났다. 노래를 가장 잘부르는 가수의 노래를 유튜브에 띄우다고 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적극 권장될 만하다.
멤버 또는 팬의 ‘직캠’으로 유튜브에 올린 노래나, 방송은 안탔지만 노래 자체가 좋아서 입소문이 난 경우, 음악오디션이나 뮤직비디오를 통해 화제가 된 노래 등 음원차트에는 별의 별 방식으로 선보인 노래들이 올라온다. 정해진 루트가 없는 셈이다. 장범준은 방송 활동을 거의 안해도 ‘벚꽃엔딩’은 매년 봄이 오면 차트 상위권에 오른다.
그 중에서 드라마 0ST를 통한 방식은 강력한 툴이다. ‘별에서 온 그대’ OST인 ‘유 아 마이 데스티니’를 부른 가수 린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한다. ‘제빵왕 김탁구’ OST인 ‘그 사람’을 히트시킨 이승철도 베이징 공연에 엄청난 관객들이 몰려, 주최측도 의아하게 여겼을 정도였다.
드라마 ‘프로듀사’에는 노래가 너무 많이 나와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이승철 김범수 김연우 타루 소울크라이 등 많은 가수들의 노래가 불려졌다. 여기서 이승철이 불렀던 ‘달링’의 ‘꿈속의 달링~’이 나오면 김수현과 공효진이 함께 하는 영상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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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에서 윤미래의 ‘ALWAYS’가 ‘whenever, wherever you are~‘하고 나올 때, 송중기의 얼굴이 송혜교와 키스 가능 거리에 있다면 시청자의 설레임과 ‘심쿵’ 강도는 배가될 것이다. 사랑송, 고백송, 이별송에 판타지로 극대화된 남녀 캐릭터들이 선보인 사랑연기는 음악을 히트시킬 수 있는 큰 무기다. ‘태양의 후예’ 수록곡들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단계별로 선보이며 개별곡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가 아무리 대단해도, 한 편의 드라마 OST들로 음원차트를 줄세우기 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의 공정성을 확보한 후 잘되는 노래를 밀어주고, 음악의 다양성을 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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