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일의 비밀②] 수요일 개봉, 입소문 마케팅의 ‘양날의 검’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최근 두드러지는 ‘불목(금요일을 앞둔 목요일부터 마음이 풀려 여가 생활을 찾는다는 신조어)’ 현상에 통상 목요일로 굳어져있던 영화 개봉일에도 지각변동이 생겨나고 있다. 하루 앞선 수요일 개봉이 늘어나고 있는 것.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은 사실상 수요일 밤인 24일 0시에, 오달수 주연의 ‘대배우’도 30일 수요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잘 되는 영화도 있다. 지난해 ‘암살’, ‘국제시장’, ‘베테랑’ 등이 수요일 개봉해 흥행 맛을 제대로 본 영화들이다. 그러나 이면도 분명하다. 영화 업계에서는 수요일 개봉이 흥행에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입소문을 타고 주말 박스오피스 고지를 선점하려다, 자칫 주말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내림세를 걷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흥행 기대감이 높은 작품들은 하루 먼저 수요일에 개봉 날짜를 잡기도 하는데 오프닝스코어가 따라주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라며 “주말 상영관이 줄어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수요일 개봉을 감행했던 영화 가운데 입소문 몰이에 실패하고 주말 상영관 확보에 차질을 빚은 사례들도 종종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25일 수요일 개봉한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이하 열정)’와 ‘도리화가’은 관객들의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열정’은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비춘 정재영과 박보영의 코미디 영화로, ‘도리화가’는 청춘스타 배수지(미쓰에이 수지)와 류승룡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한 주 앞서 개봉한 ‘내부자들’의 기세에 주춤했다. 개봉 첫날(11월25일) 스크린 수 550여개, 스크린점유율 12%대로 시작한 ‘열정’과 ‘도리화가’는 점점 상영관 확대에 차질을 빚다가 주말에는 스크린 450~500여개, 점유율 11%대로 오히려 상영관이 줄어드는 쓰림을 맞봤다. 개봉 둘째 주에도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열정’은 누적관객수 65만4000명, ‘도리화가’는 31만7000명으로 스크린을 다른 영화에 내주어야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30일 수요일 개봉한 ‘조선마술사’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인기 배우 유승호의 군 제대 후 첫 스크린 작품인데다 연말연시라는 극장 대목 타이밍도 더해졌지다. 그러나 개봉 첫날 스크린점유율 11.7%로 3위를 기록하던 ‘조선마술사’는 토ㆍ일 8%대를 기록하며 5위로 주저앉았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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