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목’ 정착한 영화 개봉일 ‘불수’ 넘본다

‘암살’ ‘베테랑’ 등 흥행영화 모두 수요일 개봉
입소문 노린 ‘불수’ 개봉, 흥행엔 ‘양날의 검’

영화는 무슨 요일에 개봉해야 할까. 가장 무난한 답은 ‘목요일’이다. 주 5일제가 정착하고 금요일 저녁에 ‘해방’을 맞는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영화 배급사들은 하루 앞선 목요일을 통상 영화 개봉일로 잡는다. 이는 목요일부터 극장을 예열했다가 금ㆍ토ㆍ일 주말 박스오피스를 선점하려는 영화 배급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불금’, ‘불목’에서 ‘불수’까지…앞당겨지는 개봉요일= 주말에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하는 데는 ‘입소문’이 제일이다. 목요일은 주말까지 1~2일이 남은 시점이라 입소문을 내기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대형 영화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주5일제가 정착되기 전에는 금요일 개봉이 원칙이었다면 최근 10년 동안 목요일 개봉을 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굳혀졌다”라면서 “입소문을 퍼뜨려서 주말에 폭발적으로 관객몰이를 하려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통상 영화 흥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오프닝스코어(개봉 첫날 관객수)’나 ‘첫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이 관계자는 “오프닝스코어가 흥행에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이 숫자에 따라 주말 상영관 편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목(금요일을 앞둔 목요일부터 마음이 풀려 여가 생활을 찾는다는 신조어)’ 현상에 힘입어 영화 개봉일도 수요일로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 영화 흥행 1~3위를 기록한 ‘암살’, ‘국제시장’, ‘베테랑’ 모두 수요일에 개봉한 영화들이다. 개봉을 앞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도 개봉 날짜는 24일 목요일이지만 사실상 수요일 밤인 0시부터 극장에 걸렸다. 오달수 주연의 기대작 ‘대배우’도 30일 수요일에 개봉한다.

▶입소문 마케팅의 ‘양날의 검’= 업계에서는 수요일 개봉이 흥행에 ‘양날의 검’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입소문을 타고 주말 박스오피스 고지를 선점하려다 자칫 주말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내림세를 걷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흥행 기대감이 높은 작품들은 하루 먼저 수요일에 개봉 날짜를 잡기도 하는데 오프닝스코어가 따라주지 않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라며 “주말 상영관이 줄어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수요일 개봉을 감행했던 영화 가운데 입소문 몰이에 실패하고 주말 상영관 확보에 차질을 빚은 사례들도 종종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25일 수요일 개봉한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와 ‘도리화가’는 관객들의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열정’은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비춘 정재영과 박보영의 코미디 영화로, ‘도리화가’는 청춘스타 배수지(미쓰에이 수지)와 류승룡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한 주 앞서 개봉한 ‘내부자들’의 기세에 주춤했다. 개봉 첫날(11월25일) 스크린 수 550여개, 스크린점유율 12%대로 시작한 ‘열정’과 ‘도리화가’는 점점 상영관 확대에 차질을 빚다가 주말에는 스크린 450~500여개, 점유율 11%대로 오히려 상영관이 줄어드는 쓰림을 맞봤다. 개봉 둘째 주에도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열정’은 누적관객수 65만4000명, ‘도리화가’는 31만7000명으로 스크린을 다른 영화에 내줘야 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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