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크 농가 차량을 타고 키스한 것만 보여줬는데도 송중기와 송혜교의 뒷머리에 볏짚이 묻어있는 걸 본 시청자들은 키득거리고 웃거나 이 이야기를 함께 본 사람들과 나누려고 한다. 볏짚 묻은 걸 모르고 다니는 둘을 보는 것도 우습고, 상상력을 동원해도 재미있다.
또 진구같은 듬직한 군인이 계급 차이가 나는 김지원과 사랑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흐뭇하다.
하지만 로맨스만 있다면 굳이 재난지역인 우르크로 갈 필요가 없다. 로맨스만 있다면 지겨워지는 국면은 필연적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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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에는 이야기가 있다. 분쟁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과 의사들의 이야기인데, 이 스토리는 괜히 인물들을 멋있고 화려하게 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극중 이야기도 지진이 발생하고, 피해자들을 구조하면서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고 있었다.
강진후 무너진 더미에 깔린 고반장과 이이경, 이 두 사람중 한명밖에 못살리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를 묻는 것은 매우 무거운 질문이자, 의미있는 질문이었다.
지진 이야기가 마무리돼 가고 있는 시점에 또 다른 의미있는 이야기가 던져졌다. 바로 전쟁 고아들이 있는 도깨비 마을 이야기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지뢰밭을 빠져나왔지만, 홍역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도깨비 마을로 갔다. 아이들은 치료를 받으려는 의욕이 없었다. “살면 뭐해요, 남자 아이는 건달 되고, 여자는 돈 많은 남자의 첩으로 팔려가는데…”
이 말을 한 아이가 자신들을 팔아넘기는 블랙마켓 갱단 두목인 아구스(데이비드 맥기니스)에게 총을 쏘자, 의사 강모연(송혜교)은 생사 앞에서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내가 이 사람을 살리면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옆에서는 총을 쏜 아이가 그 갱단 두목을 살리지 마라고 애원한다)
그리고 시진은 또 다시 모연의 지지목이 됐다. “살려요. 당신은 의사로서 당신의 일을 해요”라며 “죽여야 할 상황이 생기면 죽이는 건 내가 할 테니까”라고 답했다.
그리고 끝났다. 시진과 모연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까가 궁금해졌다. 의사는 사람을 죽게 만드는 악인이라도 살려야 하는가? 그 악인은 유시진 대위가 동료(이준혁)를 희생시켜가며까지 구한 ‘라이언 일병‘이었다. 이 문제를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무튼 ‘태양의 후예’는 간질간질한 로맨스물만은 아니다. 사이사이 무거우면서 의미있는 질문을 살짝살짝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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