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수(23)가 꼽는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의 명장면.
폭행 시비에 휘말린 친구들이 경찰서에 갇혀 있는 동안 젊은 최형사와 선배 백형사는 나란히 앉아 각자의 ‘할 일’을 한다. 최형사는 폭행장면 CCTV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걸고, 백형사는 다방에 전화를 걸어 “족발이 어디가 맛있냐”고 묻는다. 상반된 ‘어른’의 모습이 한 테이크에 놓인다. 한동안 건조하게 비춰진다.
“‘어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해’라는 지향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장면을 보고서는 ‘어떤 어른이 될지 한번 선택을 해 보라’고 던져주는 것 같았어요. 보고 나서, 느껴봐라.”
지수는 첫 영화 주연작 ‘글로리데이’에서 친구들 사이의 리더이자 가장 의젓한 ‘용비’를 연기했다. 마지막 장면의 우수에 찬 눈빛은 깊이 남지만, 실제로 만난 지수는 장난기 많고 발랄한 스물세 살 청년이었다. 영화 장면을 설명할 땐 장난스럽게 목소리를 웅변조로 바꾸다가도, 그의 생각을 물으면 담백하고 진솔하게 답한다.
학창시절 그는 영화 속 진지한 용비보다는 지공(류준열) 처럼 ‘웃긴 학생’이었다고 했다. 지수는 “남중남고를 나와서 그런지 우정과 의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고, 남자들끼리 모이면 엄청난 장난들을 치게 되는데 그게 참 재밌어서 좋았다”고 회상했다.
지수가 연기에 발을 들인 건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공부가 아니란 건 이미 알고 있었고요.(웃음)”
기술을 배워볼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던 차에, 연기 종합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연기에 확 끌렸다.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다가 동경하던 스승이 극단을 차려 자연스레 극단 생활로 흘러들어 갔다.
2009년 16세의 나이에 연극 ‘봉삼이는 거기 없었다’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후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쌓아 왔다.
“극단 생활은 지금 연기하는 데 뿌리가 된 것 같아요. 연기하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배우로서의 길이나 태도, 마음가짐을 많이 배웠고요. 촬영 현장이 편해지기 시작한 건 단편영화 경험이었어요. 부담없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었어서 어떻게 해야 장면이 잘 나오는지 그 과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지난해 드라마 ‘앵그리맘’(MBC)를 통해 드디어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지수는 ‘글로리데이’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다. “내 연기에 만족하는 날이 오긴 힘들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눈빛에 욕심이 비친다.
“완성된 ‘글로리데이’를 보기 전에는 제가 했던 연기의 70~80% 정도는 만족한다고 생각해 기대와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너무 스스로를 냉철하게 보는 제 시각에 오히려 제가 놀랐어요. 그래도 부족한 점이 보인다는 게 그만큼 제가 성장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올해 그는 두 개의 드라마 ‘페이지터너’(KBS2)와 ‘보보경심:려’(방송사 미정)에 출연한다. ‘글로리데이’에서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해피해피한 역할“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 다음에는 사차원 세계에 있는, 한 분야에 월등히 뛰어난 천재성을 가진, 월등히 뛰어난 연기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