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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말 이민가방을 꾸려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탔던 한인들에게 많은 상념을 일으키는 가요가 있다.
1978년 작곡가 길옥윤씨가 당시의 미국 이민열풍을 담아 만들어 세샘트리오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나성에 가면’이다. 이국적 외모에 남미의 정열이 듬뿍 풍기던 세샘트리오의 여성보컬 권성희씨가 빨래판 긁는 소리가 나는 멕시코 악기 ‘카바사’를 곁들이며 부르던 ‘나성에 가면’은 LA한인사회를 상징하는 고전적인 노래로 꼽힌다.
그 ‘나성에 가면’이 지난해 한 록밴드에 실려 리메이크돼 한국에서 화제가 됐다. ‘나성에 가면 2015′라는 타이틀의 리메이크곡은 한국 헤비메탈 1세대인 ‘뮤즈에로스’의 리더였던 심상욱씨가 ‘드락컬’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장르로 소개했다. 드라마와 락, 뮤지컬을 합성한 드락컬은 한마디로 스토리가 있는 락뮤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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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씨는 한국나이로 쉰을 갓 넘었지만 T9(티나인)이라는 예명을 만들어 20대 못잖은 열정으로 ‘드락컬’의 대중화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최근 LA를 방문한 심상욱, 아니 T9은 척 보기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라커의 포스와 기운으로 넘친다.
판매전략 전문강사로 유명한 권오근 한국STI(Sales Training Institute) 원장의 친조카인 T9은 숙부의 LA 출장강연길에 따라나섰다가 할리웃을 쏘다니며 자신이 개발한 ‘드락컬’의 미국공연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심씨는 “T9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솔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나성에 가면’을 스윙재즈로 편곡해 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했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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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9은 ‘Take off(도약,비상) 9′을 줄인 말이다. 높게 날아오르겠다는 의지에다가 평소 좋아하는 숫자 9를 덧붙였다. 9는 끝이자 시작이라 여길 수 있는 숫자의 정점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나성에 가면 2015′는 임재범, 김종서, 이승철, 인순이, 보아 등의 음반과 콘서트에 참여한 그룹 H2O의 기타리스트 타미김이 프로듀싱을 맡고, 드럼 강수호, 기타 이기현 등 실력파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은 이 곡에 대해 “미국의 대형 극장식 재즈클럽에서 흥겨운 빅밴드와 화려한 무희들이 춤추는 듯한 장면이 떠오르는 스윙재즈 스타일의 곡”이라고 평가했다.
T9은 지난 3월 12일 서울 예술 실용전문학교 아트홀에서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타이틀로 단독 드락컬 콘서트를 가졌다. 뮤즈에로스의 콘서트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락뮤직의 전설이 100년 뒤 나타난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펼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헤비메탈 그룹 뮤즈에로스를 통해 아픔을 달래주는 작업을 했다면 T9은 기쁨을 나눠주는 작업”이라는 T9은 “드라마와 락뮤직의 감동을 뮤지컬로 완성하는 작업에 인생 후반기를 다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