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무비 QnA] ‘예매율 1위’에 속지말자, 흥행지표 총정리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영화관에서 볼 영화, 어떻게 고르시나요?

주변 사람들이나 SNS에서의 입소문이 가장 중요할 테지만, 객관적인 지표로 영화 흥행 정도를 알 수 있다면 더 수월하게 영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화를 검색하면 ‘박스오피스’, ‘예매율’, ‘좌석점유율’, ‘스크린점유율’, ‘상영점유율’ 등 알듯 말듯한 용어들이 가득 쏟아집니다. 가끔씩은 ‘예매율 1위’인 영화가 3~4개인 희한한 상황도 발생하곤 하죠. “한국영화 예매율 1위”, “이번 주 개봉작 중 예매율 1위”, “OO사이트 예매율 1위”처럼, 저마다 홍보문구들을 만들다 보니 약간의 ‘트릭’이 가미되기 때문입니다. 정말 신뢰할만한 흥행 지표는 무엇인지, 트릭에 속지 않는 법을 공개합니다. 

박스오피스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역시나 믿을만한 ‘박스오피스’= 박스오피스(Box Office)라는 말은 ‘매표소’라는 뜻으로 처음 쓰였는데, 지금은 흔히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이는 흥행 수익’을 가늠하는 지표로 불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박스오피스 순위는 ‘흥행 수익’이라는 측면보다 ‘관객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여러분도 흔히 들어보셨을 테지만 할리우드의 고장 미국에서는 ‘북미 수익’, ‘전세계 수익’이라는 말로 영화의 흥행을 나타냅니다. 예컨대 지난해 할리우드 최고 흥행 영화는 ‘쥬라기 월드’입니다.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6억5200만 달러, 전 세계에서 16억6898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반면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1341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인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박스오피스의 기준에 미묘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박스오피스는 언제나 ‘절대적’인 흥행 지표가 됩니다. 얼마를 벌어들였는지, 관객이 얼마나 봤는지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죠. 한 영화관 관계자는 “영화가 잘 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는 아무래도 입장객 수를 절대적으로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귀향’ 스틸컷
‘검사외전’ 포스터

▶‘예매율’은 한때, ‘좌점율’이 실속= 예매율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 정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가 공개되기 이전의 예매율은 영화가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을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지표가 됩니다.

영화관은 개봉 1주전 예매율이나 SNS 반응, 입소문 등을 조사해 가중치 점수를 매겨 상영관 수를 결정합니다. 영화 티켓으로 수익을 얻기 때문에 예매율이 생각보다 높으면 상영관을 늘리고, 시원치 않다 싶으면 상영관을 줄이는 식입니다.

하지만 예매율은 ‘한 때’입니다. ‘실속’은 좌석점유율이 챙기는 거죠. 좌석점유율은 예컨대 100좌석이 있는 상영관에서 50좌석의 표가 팔리면 50%로 계산됩니다. 그러니까 ‘한 번 들어가는 상영비용으로 좌석을 얼마나 채웠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입소문이 나서 ‘롱런’하는 작품이 좌석점유율도 높은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2~3월 흥행의 중심에 있던 ‘귀향’과 같은 작품이 그렇습니다. 개봉 첫날인 2월24일 수요일 45%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참고로 평일의 평균 좌석점유율은 10~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영화관 관계자는 “작은 영화라 처음에는 적은 수의 상영관을 가져갔다가, 입소문을 타서 좌석점유율이 올라가면 상영관을 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상영관 수는 많은데, 좌석점유율이 기대에 못 미쳐 울상인 영화도 있습니다. 많은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입니다.

개봉 첫날인 3월24일 목요일 스크린 1613개(스크린 점유율 35%)를 가져가면서 힘차게 문을 열었던 이 영화의 좌석점유율은 평일 평균 정도인 15.9%에 그쳤습니다. 주말에 들어서도 32.8%(토), 27.4%(일)를 채웠습니다.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영화관은 차주 상영관 수를 자연스레 줄이게 됩니다.

▶‘스크린점유율’과 ‘상영점유율’은 뭘까= 스크린점유율은 전체 스크린(상영관) 개수에서 특정 영화가 몇 곳에서나 상영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상영점유율은 그 스크린에서 영화가 하루에 몇 회차나 상영되는지를 감안하고 계산한 숫자입니다.

이 두가지 지표로는 관객의 기대치나 실제 흥행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과 배급사의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속칭 ‘얼마나 깔았는지’를 보는 거죠. 흥행 기대치가 높은 작품일수록 공격적인 배급 전략을 펼칩니다. 스크린점유율을 한껏 높여서 관객들에게 ‘노출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올해 초 ‘검사외전’의 스크림 독과점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가장 많이 입에 오른 단어는 스크린점유율이었습니다. 2월3일 개봉 날 스크린 1268개로 출발한 ‘검사외전’은 차곡차곡 스크린 수를 늘려나가다가 설 연휴였던 9일 1812개를 기록하며 33.9%의 스크린점유율을 보였습니다. 30%대 스크린점유율은 2주 정도 이어졌습니다. ‘검사외전’의 독주 무대였던 것이죠.

지금까지 설명드린 흥행 지표들은 비밀이 아니고요,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돼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04년부터 입장권 발권정보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집계해 처리하는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가서 관심 있는 영화들은 얼마나 흥행하고 있는지 따져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주소는 이곳입니다. http://www.kobis.or.kr/kobis/business/main/main.do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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