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탈자 ②] 조정석 “‘될 놈은 된다’가 아니라 ‘될 놈은 만든다’예요”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전국구 인기를 얻더니, 드라마 ‘더킹 투하츠’(2012), ‘최고다 이순신’(2013)’, 영화 ‘관상’(2013),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까지 종횡무진이었다. 연기 경력의 시작이었던 뮤지컬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방송 ‘꽃보다 청춘’(tvN)에 출연하면서 꾸밈없는 평소 모습까지 대중에게 공개했다. 배우 조정석(36) 이야기다.

예측하기 어려운 그의 활동은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로 넘어왔다. 전형적인 스릴러가 아니라 멜로가 가미된 ‘감성 추적 스릴러’다.

조정석은 영화에서 건우(이진욱)라는 인물을 통해 미래를 보는 1983년도의 지환 역을 맡았다. 지환에게선 사랑하는 여자를 기필코 살리려는 희생정신이 돋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실의에 빠질 수 있는 게 인간인데, 지환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사진=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지환은 영화에서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극중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운명은 안 믿는다”면서 “‘될 놈은 된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고 ‘될 놈은 만든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기 활동에 있어서도 조정석은 운명처럼 ‘예측 가능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것만이 진리는 아니지만, 전 누군가 생각하지 못했던 연기 톤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껴요. 예측이 가능한 연기는 안 좋은 연기 같고. 예측불허한 연기를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극중에서 1983년에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던 지환은 한 학생에게 ‘나침반’이 되어준 은사이기도 했다. 조정석은 ‘기타로 삼수’를 하던 시절 ‘연기’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은사를 회상했다. “한 교회 전도사님이 서울 방화동 살던 저를 ‘신촌 시내’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까지 부르시더니 ‘연기 할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라면서 “그때 길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은사의 지도 이전에도 ‘노래 부르고 연기하는’ 그의 길은 어렴풋이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대여섯 살 때쯤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거기서 조용필 선생님의 ‘허공’을 맛깔 나게 부르고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이 첫 무대 기억이에요. 그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장기자랑 하면 항상 춤추던 아이, 합창반 반장 하던 아이가 저였거든요.”

그는 배우가 ‘천직’이지만, 배우로서 자신과 인간으로서 자신을 분리하려 한다. 

[사진=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열등의식에 휩싸인 ‘모리츠’를 연기했어요. 그 땐 단 한 번이라도 무대 위에서 조정석을 없애버리고 모리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블랙스완’처럼요. 무대 밖에서도 항상 움츠리고 다니고…. 그런데 그걸 보더니 한 선배가 걱정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강렬하다고. 극찬일 수 있는데 그때 깨달은 거죠.”

그래서인지 만약 그가 영화에서처럼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조정석은 ‘중년의 인간 조정석’을 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조정석이 아니라, 인간 조정석이 어떻게 “인생을 누리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내가 어떻게 변했을지, 위상이 얼만큼일지가 아니라요. 내 직업인 연기 외에, 가족과 시간을 얼마만큼 보내고 있는지, 얼마만큼 인생을 향유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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