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A한인타운 녹지 부족과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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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윌셔 호바트 부지 공원 조성을 요구하던 한인타운 노동연대의 모습

LA한인타운이 콘크리트가 뒤덮은 삭막한 거리로 변해가는 가운데 변변한 녹지 공원 한곳 없는 것은 한인커뮤니티의 정치력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LA타임스는 1면 커버스토리로 ‘LA 한인타운에 그렇게 필요로 했던 공원 개발 프로젝트가 왜 무산됐나?’라는 기사를 싣고 한인커뮤니티 정치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기사에 따르면 LA 한인타운은 1000가구당 최소 3에이커의 녹지를 확보하자는 LA시 공원관리국의 원칙과 달리 1000가구 당 0.07에이커의 녹지에 그치고 있다.

LA타임스는 한인타운의 녹지 공간이 부족한 것은 한인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LA시 커뮤니티 재개발국(CRA)의 자금 운영을 살리지 못한 것도 그렇고, 코리아타운을 지역구로 삼고 있는 LA시의회 허브 웨슨 시의장으로부터 투자를 지원받지 못한 것도 결국 주류 사회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한인들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CRA가 지난 2011년 윌셔&호바트 코너의 부지를 매입해 주정부로부터 500만달러의 지원금을 확보, 공원 건립을 시도했다가 한인사회의 미지근한 반응으로 무산됐던 것이 한 예다.

LA타임스는 차이나 타운의 예를 들면서 한인타운과 비교했다. 길 세디오 시의원이 관할하는 차이나 타운은 주민들과 지역 리더의 끊임없는 요구로 결국 시와 카운티 정부가 출자한 300만달러에 주정부의 500만달러를 더해 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4지구의 호세 후이자 의원 지역도 주민들의 등살에 못이겨 150만달러의 기금으로 공원을 마련했다.

한인회와 한인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커뮤니티 단체들은 수만달러씩 들여 어디다 쓰는 지도 모를 자체 기금모금 파티에는 시의원들을 잘도 데려다 함께 사진찍기에 열심이면서도 한인타운 녹지조성 등 범 커뮤니티 프로젝트같은 일에서는 왜 주류 정치인들의 외면을 받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몇몇 유력 인사들의 이름을 딴 거리는 만들어도 ‘개인 묘지에 관 하나 들어갈 공간보다 좁은’ 한인타운의 녹지 부족에 무심한 것은 공동체보다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이기주의가 더 팽배한 탓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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