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담배 발암성 물질 타령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재홍(30)의 입에서 나온 대사라 더 ‘찰졌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의 모습과도 겹쳤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에서 다시 한 번 코믹한 캐릭터로 돌아온 안재홍을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위대한 소원’은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사는 고환(류덕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고 고분군투하는 친구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의 이야기다. 그 위대한 소원은 죽을 때 죽어도 ‘어른’으로 죽겠다는 것. 남준과 갑덕은 친구의 소원을 들어줄 여자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뛴다. 그러다 뺨도 맞고 눈두덩도 맞고, 많이도 맞는다. 안재홍이 연기한 갑덕이는 웃음을 담당하는 인물이고, 영화는 전형적인 ‘B급’ 코미디의 문법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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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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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안재홍은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응팔’ 보다 영화 ‘위대한 소원’을 먼저 찍었다. 더 이전에는 ‘족구왕’(2013)에서도 코믹한 복학생을 연기했다. 하지만 안재홍은 “남을 웃기는 성격이 아니다”고 고백했다. 실제 만나본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말할 때에도 ‘웃기려는’ 기색이 없었다.
“낯가림도 있고요. 잘 안 고쳐지는 것 같아요. 갑덕이처럼 까불고 일 저지르는 편도 아니고, 남준이처럼 상남자도 아니에요. 셋 중엔 고환이랑 비슷한 면이 가장 많지 않나. 리더쉽도 있고요. (웃음)”
한국 나이로 서른 살에 찍은 영화에서 안재홍은 ‘고딩’으로 분했다. 교복을 처음 입고 ‘생각보단 괜찮겠는데?’했던 마음은 곧 사라졌다.
“실제 고등학교에서 영화를 찍다 보니까 고등학생 친구들이랑 많이 마주쳤는데요.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영화엔 치기 어린 모습들이 많이 나오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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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코믹한 역할만 연달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아직은 이미지 변신을 생각하고 가릴 때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지었다.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이제 시작하는 사람이고 어리다는 생각이 있어서 주어진 길을 먼저 잘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재홍의 뜻밖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오는 28일 개막하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가 연출한 영화 ‘검은 돼지’가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부문에 초청됐다. 20대의 마지막 날에 하루 세 끼 짜장면을 먹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다.
연출 소식에 영화 연출을 전공한 줄 알았더니, 연기 전공이라고 했다. 이번 영화 이전에도 대학생 시절 거의 매 학기 영상물을 만들었다.
“‘검은 돼지’는 5명 이서 찍었어요. 차 한 대랑 트렁크에 들어갈 만큼의 장비만 빌려서 다녔어요. 가볍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찍었어요, 아무도 우리한테 영화 찍으라고 한 사람 없으니 뭐가 되든 찍어보자. 저를 도와준 친구들에게 유일하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인 상영을 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안재홍은 오는 5월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 촬영에 들어간다. 이 영화에서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인물을 연기할 예정이다. “안 웃긴 역할이에요. 비범한 모습도 보일 거니까 기대해 주세요.”